- 그냥… 보고 싶다. -
“… 답장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조금 바빴고,
상황도 잘 맞지 않아서
연락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준혁 씨와는 너무 다른 사람인 것 같아서요.
만나 뵈어 반가웠고, 감사했습니다.”
준혁은 러닝을 하러 나가기 전,
지수에게서 도착한 문자를 봤다.
그리고 느꼈다.
단호했다.
선 그은 듯한 말투.
한 줄 한 줄이 마치,
마지막 인사처럼 느껴졌다.
그날 준혁은
처음으로 루틴을 지키지 않았다.
샤워도 하지 않았다.
그냥 침대에 누워
허공을 바라봤다.
생각했다.
맞다. 그녀와 나는 너무 다르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너무 좋다.
그는 동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석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야, 왜 이렇게 아침부터…"
준혁은 천천히 설명했다.
문자를 두 번 보냈고,
자신이 타투 이야기에 보인 반응 때문일 수도 있다고.
지수는 자신과는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이유로,
관계를 끊으려는 것 같다고.
동석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지금 9신데 주식 안 하냐?"
"야, 주식이 지금 문제냐. 이걸 어떻게 해야 하냐고."
"야… 너 러닝은? 그건 했냐?"
"지금 그게 중요하냐고!!"
동석은 순간 멈칫하더니,
"야… 네가 진짜 루틴 안 지킨 거면 이건 심각한데.
일단 만나자. 점심 먹으면서 얘기하자."
그렇게 두 사람은
시그니엘 스시바에서 12시에 만나기로 했다.
샤워를 하며,
준혁은 또다시 지수와 함께한 하루를 떠올렸다.
12시. 시그니엘.
동석은 늘 그렇듯 가볍게 웃으며 나타났다.
"근데 내가 궁금해서 묻는 건데,
그녀가 왜 그렇게 좋은 건데?"
준혁은
"그걸 알면 이러겠냐.
근데, 확실한 건 있어."
"뭔데?"
"읽히지 않아.
그런 사람 처음이야."
동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그런 거구나.
평생 타인 감정 분석하면서 살아온 네가,
그녀한테는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준혁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 후로 동석은 준혁의 인생을 되짚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인기 많고, 수능은 관심도 없고,
주식하고, 돈 벌고, 코인 터지고,
여자들은 줄을 서고, VC 하자마자 성공하고…
근데 친구는 없고, 감정도 없이 사는 널 보며
솔직히 부럽긴 했는데—
"뭐, 지금도 행복하진 않지만."
"근데 지금은 달라.
지수 씨 얘기하면서 넌 처음으로 사람 같았어."
준혁은 조용히 말했다.
"그럼 지금 나는 어떻게 해야 하냐.
진심으로 묻는 거다."
동석은 웃었다.
"사랑 타령하고, 질질 짜고, 웃고, 울고, 이런 것도 해봐.
그게 사람이야."
"당장 달려가.
일하는 곳으로! 나가라 그럼 그냥 손님으로 가!
근데 무슨 일 하냐? 아 타투는 어디서 하는데?
그리고 타투도 하나 하고!!
... 무슨 일 하는지, 어디서 타투하는데 모르는데..
하... 그럼 편의점에서 기다려. 만날 때까지!! 매일."
"나도 알아볼게. 나 발 넓잖아.
그리고 루틴? 좀 버려.
운동 좀 안 하면 죽냐? 돈도 더럽게 많잖아."
그날 오후, 준혁은 운동을 하다 말고
짜증이 밀려왔다.
"이게 뭐가 중요하다고…"
그리고는 그대로
편의점으로 향했다.
어떤 말도 메시지로 쓰고 싶지 않았다.
해명도, 설명도.
그녀를 만나,
그녀 앞에서만큼은 분석하지 않는 자신으로,
그냥 진심으로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기다렸다.
저녁에 되었다 그냥 편의점에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늦은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밤 12시가 되었을 무렵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다시 오자!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바가 보였다
어느새 취했다.
밤공기를 마시며 집으로 향했다 비틀거리면서
집에 도착할 때쯤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동석이냐?
''뭐야 취한 거야? 야! 찾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