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나비가 머무는 곳

- 감정이 이끄는 길 끝에서 -

by Woo seo

커피를 마시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냥 가자...”

준혁은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지수 씨의 가게가 보이는 커피집에 들어갔다.


그러나 오픈 시간은 이미 지나 있었고,

가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기다리기를 1시간. 어느새 낮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고민하던 준혁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지수 씨다.

그녀가 가게 문을 열고 있었다.

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그녀의 가게를 향해 걸어갔다.


그냥, 마음이 이끄는 대로.


문 앞엔 작은 꽃가게가 있었다.

준혁은 말없이 들어가,

그냥 무작정 커다란 꽃다발 하나를 샀다.


그리고 지수가 있는 공간의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 요?”

지수는 익숙한 말투로 인사하다가, 말끝을 흐렸다.


그 문 앞에, 커다란 꽃다발 너머로 얼굴을 드러낸 사람.

“…아... 준혁 씨…?”
“네. 안녕하십니까! 준혁입니다. … 일단 꽃, 받으세요!”


지수는 놀란 얼굴로 꽃을 받으며 머뭇거렸다.

“…어… 어떻게… 그리고 제가 있는 곳을…?”
“일단 앉으세요.”

지수는 손짓하며 작은 테이블을 가리켰고, 준

혁은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지수는 조용히 준혁을 위해 커피를 내렸다.

준혁은 주변을 둘러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속으로만 되뇌었다.

‘마음이 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두 사람은 커피를 마시며 아무 말 없이 마주 앉아 있었다.


긴 침묵 끝에, 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수 씨… 제가 생각해 봤습니다.
그날 타투 이야기를 듣고… 제 말과 행동에 오해를 일으킬 수 있었겠다는 걸요.
사실 전 늘… 계산적이고 분석적으로 살아왔습니다.
실패보다는 성공의 확률을 따지며, 그렇게 살아왔죠.
그래서 타투라는 단어 자체가, 저에게 부정적이기보다는… 그냥 낯설었습니다.
지수 씨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분석부터 하고 있었어요.
오해 마세요. 저는 타투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 적은 없습니다.”

지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은… 제가 오해했던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근데…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타투 자체가 아니라,
우리 둘이… 너무 다르다고 느꼈다는 거였어요.
저는 감성으로만 살아온 사람이고,
준혁 씨는 말씀하신 대로 계산적이고 분석적인 분이라...
그 차이를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준혁은 진지한 얼굴로 다시 말을 이었다.

“네. 이해됩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여기 온 건, 그 어떤 계산도 없이, 그냥…
정말 마음이 이끄는 대로 온 겁니다.
제가 평생 지켜오던 루틴도 깨고요.
단 하루지만, 제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에요.
친구의 조언 덕분입니다.
처음으로 ‘그냥 해보자’는 말을 듣고… 그냥 온 거예요.”

지수는 살짝 웃었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실패보다 성공을 많이 해오신 방법을 두고, 왜 굳이…”
“저는 사람을 볼 때도 분석하는 편입니다.
그 사람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근데 지수 씨는…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어요.
처음이었어요.
저에게 ‘분석’은 곧 ‘삶’이지만 그렇다고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수 씨를 만나고 나서 확신했어요.
이 사람은… 나를 사람답게,
진짜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지수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부모님의 사고, 혼자 남겨졌던 시간들,

도자기를 시작한 이유,

그리고 나비 타투를 새긴 계기.

그 모든 걸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 말을 다 듣고, 준혁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제가 행운의 나비가 되겠습니다.”

지수는 웃음을 터뜨렸다.

“조언해 줬다는 친구… 혹시 그때 명함 받아간 손님이에요?”
“맞아요. 동석이라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저는 친구 말 안 듣기로 유명한 놈인데…
처음으로 이번엔 그 말을 들었습니다.”


지수는 그 순간, 느꼈다.

겉으로 보기엔 ‘성공한 사람’이

단지 감정 하나로,

자신을 찾아왔다는 그 과정과 고백이…

그녀에게는 너무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만든 작품들이에요… 혹시 구경해 보셨나요?”
“아… 떨려서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지금 볼게요.”

작품을 바라보며 준혁은 덧붙였다.

“지수 씨, 혹시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는데요…
저 사실, 제대로 된 도자기 처음 봅니다.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어요.
역시나 이놈의 머릿속은 또 분석 중입니다.”


지수는 웃었다.

“괜찮아요. 오해 안 해요.
계산적 분석이 나쁜 건 아니니까요.
그건 준혁 씨에게 소중한 부분이고…
저도 이제는 그걸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요.”


그제야 준혁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저… 타투해주는 공간도 궁금하네요.”


지수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데려갔다.

작은 복도 끝, 커튼 뒤의 조용한 방.

그곳은 조용했고,

햇살이 나비 모양 조각 창을 타고 들어오고 있었다.


준혁은 조용히 물었다.

“저… 혹시… 제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지수는 당황한 듯, 고개를 숙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준혁은 웃으며 소매를 걷었다.

그리고 말했다.

“저, 나비 문신… 새겨주세요.”

지수는 놀란 듯 준혁을 바라보면서

“…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