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곁으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바다 너머까지-

by Woo seo

준혁은 웃으며 소매를 걷었다.

그리고 말했다.


“저, 나비 문신… 새겨주세요.”

지수는 놀란 듯 준혁을 바라보았다.


“…네?”


“네. 나비로요!
그 나비를 보면서 매일 다짐할 겁니다.
지수 씨의 나비가 되겠다고.”


지수는 미소를 지었지만,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니에요.
타투는… 신중하게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수 있어요.”


잠시 멈칫하더니, 눈을 마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몇 십억을 잃어도 복구할 수 있습니다.
일이 틀어져도 다시 성공으로 만들 자신도 있고요.

하지만 지수 씨를 놓친다면…
그건 제 인생에서 복구할 수 없는 후회가 될 겁니다.
그래서 절대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지수는 그 말에 웃으며 답했다.

“그렇다면…
저와 조금 더 데이트하고, 저를 더 만나보고,
저도 준혁 씨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아간 다음에...
그렇게 서로를 더 알게 된 후에,
정말 ‘의미 있는’ 타투를 함께 남기는 건 어때요?”


준혁은 진심이 섞인 표정으로 되물었다.

“… 혹시 제가 감정에 휩쓸려 후회할까 봐 그러시는 건가요?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지수는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런 뜻은 아니에요.
그냥… 그게 단순한 타투가 아니니까.
정말 ‘우리’라는 의미가 새겨질 거라면,
더욱 신중하고 싶어서요.”


준혁은 그 말을 듣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그냥 지수 씨 가게를 구경 좀 더 하겠습니다.”


지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다시 천천히 가게 안을 돌아보았다.

그때, 조용한 공간을 울리는 배 소리.

“꼬르륵…”


지수는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준혁 씨… 식사 아직 못 하셨어요?”
아… 그러고 보니 어제저녁에 한 잔 하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네요.”
“저도 아직 점심 못 먹었어요.
같이… 밥 먹을래요?”


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뭐 드시고 싶으세요?”
“국밥… 어때요?”


준혁은 놀라며 외쳤다.

“헐… 제 최애 음식 중 하나인데요?
국밥 좋아하세요?”
“네. 엄청 좋아해요.”

그렇게 둘은 자연스럽게 국밥집으로 향했다.


지수는 국밥을 한 숟갈 떠먹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나비는 내게 행운인가 보다.’
이런 멋진 남자가, 내게 마음을 주다니.
나는 그게 너무 무서워 선을 그었고,
그 선을… 스스로 넘은 사람.
‘정말, 이 나비는 나에게 행운이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각자의 일터로 향했다.


준혁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동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고맙다. 지수 씨랑… 잘 만났어.”

동석은 웃으며 말했다.

“축하한다. 근데… 너 고백은 했냐?”
“… 아니? 하려던 거였어, 인마.”
“거짓말하지 마. 까먹은 거잖아.”
“맞아… 사실 좀 까먹었다.”
“야. 근데 너 뭐 가지고 싶은 거 있어?”
“응?”
“살다 살다, 원수 같은 네가 날 도와줘서
준혁아 내가 바라는 건 하나야.
내 친구 준혁이가 결혼해서, 진짜 행복한 모습 보는 거.”

준혁은 말없이 듣다가, 결국 이렇게 마무리했다.

“오글거린다. 끊어라.”


저녁이 되었다.

준혁은 다시, 지수의 가게가 보이는 카페 창가에 앉아 있었다.

그냥 마음이 이끄는 대로, 지수를 보기 위해서였다.


수강생들이 있는 걸 보고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조용히 2시간을 앉아 있었다.


그리고 문득, 지수가 늦은 저녁을 먹으려는 듯 움직였다.

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수 씨 가게로 갔다.

“지수 씨!”
“어? 준혁 씨?”
“지금 식사하시려는 건가요?”
“네… 이제 마감하고 밥 먹으려고요.”
“혹시… 저녁 드셨어요?”
“아뇨. 아직요.”
“저도 아직이에요.
카페에 앉아서 지수 씨 보고 있었습니다.”
“…네?! 왜 그러셨어요? 들어오시지…”
“수업 중이시길래,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요.
혹시 마감하시는 건가요?”
“네. 손님도 없고 해서 이제 마무리하려고요.”
“그럼… 지수 씨.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괜찮으실까요?”
“좋아요. 어디요?”
“제가 특별한 날에만 가는 곳이에요.”

그렇게 둘은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려 도착했다.

이름 없는 바닷가.

절벽이 있고,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작은 언덕 위 가게.


준혁은 문을 열고 외쳤다.

“할머니! 저 왔어요!
오늘 특별한 사람이랑 왔어요! 맛있는 거 다 주세요!”

안에서 할머니가 나왔다.

“왔나? 니 좋아하는 자리가 있어라.
옆엔… 누구고?”

지수는 머쓱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준혁은 웃으며 말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지수는 얼굴이 붉어졌고, 할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창가 옆에 앉은 두 사람 뒤로는,

바다가 반짝이는 조용한 밤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와… 정말… 너무 예뻐요.”
“그렇죠? 음식도 정말 맛있어요.
그래서 저는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과만 여기 와요.”
“아참… 혹시… 회나 못 드시는 음식 있으세요?”


그 순간, 준혁은 깨달았다.

자신이 계산 없이 사람을 데려온 건 처음이었다.


지수는 웃으며 말했다.

“저, 다 잘 먹어요.”

음식이 나왔다.

모둠 회, 해산물, 게 요리.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저 놈 진짜 계산적인 놈인데…
왜 만나요? 얼른 도망가요~”

지수는 웃으며 말했다.

“저한텐…
그 반대되는 모습이 오히려 따뜻했어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 그건… 아가씨가 만든 거네.
저놈이 저런 웃음 짓는 거…
내가 정말 오랜만에 본다니까.”


이날 밤, 준혁은 처음으로

감정만으로 움직였던 하루를,

그리고 그 옆에 있었던 지수를

조용히,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