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어 선생님 수업 파업하겠습니다.

by 팀클 세라

초등 타임의 영어 클래스가 끝나면 거실에서 대기하던 중1 아이들이 이어서 바로 들어온다.

“선생님, 오늘 OO이 안 온대요.”

“우잉? 이번에는 또 왜?”

“몰라요. 그냥 영어 짼대요.”

걸러지지 않고 거리낌 없이 내뱉는 요즘 아이들의 말투다.
무슨 일이지? 불안과 걱정이 스치며 연락을 해보려는 찰나, 바로 OO이의 어머님 카톡이 울렸다.


“선생님, OO이가 오늘 쉬고 싶어합니다.
공부 양이 많다고 징징대네요.
남아서 보충하는 게 버겁나 봅니다.
제 맘에 흡족한 자식이 없네요.”


아차 싶었다. 순간, 내 안에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영어공부를 늦게 시작한 아이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와 주고 학습역량도 꽤 좋기에

내 욕심이 앞섰던 것 같다.


하위반에서 상위반으로 옮기고, 부족한 부분은 따로 남겨 붙잡아 공부를 시켰다.

중1이지만 잘하는 친구들은

이미 2년 이상 선행을 시키고 있었고,

중3쯤이면 고등 2학년 수준으로 졸업을 시키는 것이 목표라 늘 마음이 급했다.


처음엔 아이도 만족스러워하며 따라주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많아지는 학습량에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귀여운 투정쯤으로 넘기며 더 밀어붙였다.


몇 달째 개별적으로 남겨서 보충을 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교육비를 올리거나

따로 청구할 생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아이가 조금 더 잘 따라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결국 터질 게 터진 모양이다.

전화를 해보지만 받지 않는다.

녀석이 단단히 화가 난 듯하다.

수업은 계속 이어갔지만, 신경이 계속 쓰였다.


OO이의 갑작스러운 ‘수업 파업’ 선언이라니.


그 순간 나도 여러 생각이 스쳐갔다.

“이럴 거면 그냥 이참에 그만두시던지!”
솔직히, 아주 잠깐 그런 생각도 했다.


그동안 진심으로 쏟아부은 내 정성을

아이가 몰라주는 듯해서 잠시 섭섭했다.

그러나 금세 후회가 밀려왔다.

선생님으로서, 왜 아이 마음을 더 세심히 헤아리지 못했을까.


요즘 중2까지는 아이들에게 공부는

진심이 아니다. 그저 학원이기에 억지로 올뿐이고

숙제가 안되어있으면 본인이 좋아하는

게임이 금지될 테니 억지로

눈가림만 해오는 친구들도 많다.

적당히 눈감아주고 넘어가면서

스스로 느낄 때까지 기다림도 필요하다.

쥐 잡듯 잡다가 결국 포기하고 방황하게 만든

나의 미숙한 시행착오도 몇 번 겪었지 않았던가.

그때마다 난 참 많이 힘들어했었다.


혹시라도 아이가 여기서 그만두겠다는 말만 안 나오길

나는 진심으로 바랐을 뿐이다.

중간에 아이가 수업을 포기한다면 난 자책감과 미안함으로 한동안 또 괴로울 듯싶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면서 강제성을 부여하고, 달래고, 어르고, 다시 야단치기를 반복하며

나만의 속도로만 이끌고 있었던 건 아닐까.


결국 교육은 아이의 속도와 마음을 달래고 끌어안는 일이라는 것을, 또 한 번 깊이 생각했다.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면, 아이의 자리에서 다시 서 보고 이해하며 걸어야 한다.


'OO아, 선생님이 진짜 미안. 너무 안 그럴게..'

여전히 부족한 나를 돌아보면서 마음 졸이며 깊이 반성을 했다.


다음 시간 OO 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씨익 웃으며 수업에 나타났다.

"선생님, 지난번 저 배가 아파서 계속 화장실에 있었어요."


"그랬구나... 으이구..

선생님이 스트레스 많이 줘서 아팠나 보네.

오늘은 일찍 가렴..."


"진짜요? 앗싸~"


그리고 우린 그냥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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