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는 우주

복사의 시대, 물질의 시대, 그리고 암흑 에너지의 시대

by astrodiary
OSC_Astro_29_03_Temp.jpg https://courses.lumenlearning.com/suny-astronomy/chapter/the-beginning-of-the-universe/

빅뱅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는 고온 고밀도에서 팽창을 시작하여 서서히 식어간다. 하지만 식는다는 것은 오븐에서 꺼낸 음식에 식는다던지,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고 나면 냄비 속의 끓던 물이 식는 것과는 다르다. 이 경우는 음식과 물에서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서 내부의 온도가 떨어지는 상황이지만 우주가 식는 것은 이와는 다르다. 우주는 다른 외부와 접촉을 통해 열을 잃지는 않는다 (또 다른 우주를 상정하지 않으면, 유일한 우리 우주가 세상의 전부인데, 우주의 열이 다른 어떤 곳으로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열역학에서는, 외부와의 에너지 교환이 차단된 (단열) 시스템은 팽창을 하면 그 내부 에너지가 감소하고, 수축을 하면 내부에너지는 증가한다. 물리시간에 배운 열역학의 제1법칙인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르면 (dQ=dU+PdV), 특정 내부 에너지 U를 가지고, 압력이 P이며 부피가 V인 어떤 시스템이 외부와 열 에너지를 교환하는 경우 (에너지를 잃거나 얻거나), 교환된 열 에너지 (dQ)는 그 시스템의 내부 에너지를 변화시키고 (dU) 동시에 그 시스템의 부피를 변화시킨다 (PdV). 열 교환이 없는 단열 팽창을 하는 경우는, dQ=0 이므로, 시스템이 단열 팽창을 하면 (PdV 값이 양이된다), 결과적으로 내부 에너지는 줄어든다 (dU값이 음이 된다). 즉 온도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빅뱅으로 시작된 팽창하는 우주는 식어간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가 보는 은하, 그 안의 별들, 그 별들 주위를 도는 행성들, 그리고 우리의 존재도 없었을 것이다. 우주의 시작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빅뱅 이후 팽창하기 시작한 우주가 어떻게 식어가는지 그리고 그에 따라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과 에너지 밀도는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은하들의 형성을 연구하는 필자와 같은 천문학자들에겐 어찌 보면 더 중요한 문제이다. 나중에 얘기하게 될 우주의 거대 구조 형성과 현대 물리학의 최대 미스터리 중의 하나인 암흑에너지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내용이므로, 이번에는 단열 팽창하는 우주에서 물질-에너지 밀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알아보기로 하자. 수식이 좀 많기는 하지만 최대한 간단히 설명해 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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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함수 형태를 참조하여 시간에 따라 감소하는 우주의 온도를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cosmic_expansion.png 우주 온도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개략적으로 그린 그림 (ChatGPT 사용)

'빅뱅 우주론 vs 정상 우주론'의 말미에, 광자의 시대에서 얻은 T~1/t^2 관계를 그대로 현재의 우주까지 적용하고 우주의 나이가 140억 년이라고 하면 현재 우주의 온도는 22도라는 결론에 도달했음을 기억해 보자. 이는 현재 우주 배경 복사의 온도 (약 2.7도)와 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제 우리는 우주 온도의 시간에 따른 변화가 우주의 구성 성분이 차지하는 비율이 변함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를 보여주는 위 그림을 보면 우주가 왜 더 빨리 식었어야 한다는 결론이 합리적인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주가 식어가는 과정에서 몇 가지 중요한 전환점이 있는데, 첫 번째는 바로 광자의 밀도와 물질 밀도가 같아지는 시점. 즉, 중력의 지배를 받는 물질의 영향이 더 중요해지면서, 나중에 얘기하게 될, 우주의 거대 구조 형성과정이 시작되는 시점이고, 두 번째는 광자와 물질이 함께 뒤섞여 움직이는 플라즈마 상태의 우주에서 광자들이 물질과 분리되어 우주 공간으로 전파해 나가기 시작하는 시점. 즉 다음에 얘기할 우주 배경 복사가 생겨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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