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으로 시작된, 나의 첫 회사생활
이곳은 조용했다.
회의실엔 숨죽인 긴장감이,
복사기 옆엔 말 없는 눈치가 떠다녔다.
말소리보다 눈치가 먼저 오갔다.
그 조용함이 오히려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내가 처음 맡은 일은
법인카드 영수증을 정리해
경비 처리하는 업무였다.
출장 간 누군가의 커피 값,
호텔 영수증, 택시비가
줄지어 내 앞에 놓였다.
‘회사’라는 공간은
조금 더 특별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내가 앉은 책상 위엔
굳은 커피 얼룩만 남아 있었다.
자판기 소리만
공허하게 되풀이됐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처음이니까.
지금은 그저 적응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엑셀을 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걸 어떻게 처리하는지 전혀 몰랐다는 거다.
나는 또 다른 층으로 향했다.
이계숙 차장님이 알려준
다른 팀 비서가 있는 자리로.
두리번거리며 어렵게 자리를 찾아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여기에 앉아요.”
앉자마자
모니터에 켜져 있는
사내 메신저 창이 눈에 들어왔다.
읽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도 눈은
그 대화를 따라갔다.
“새로 입사한 애 갔어. 봤니?”
“응ㅋㅋㅋ 온다.”
“어때? 어리바리하지?”
“그래보이네.”
내 눈동자는
‘어리바리’라는 단어에 꽂혀 있었다.
그게 내 얼굴에 써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누가 정규직이고,
누가 계약직인지.
누가 ‘직원’이고,
누가 ‘지나가는 사람’인지.
나는 그 선을
아주 또렷하게 느꼈다.
그래도 이 자리를 얻기 위해
얼마나 간절했는지
이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이게 나의 시작이었고,
그 시작은
생각보다 훨씬 더 외로웠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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