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약직 첫 출근 후기: 스무 살, 불안과 설렘

계약직으로 시작한 나의 첫 사회생활 기록

by 조용한증명


그렇게 바라던 대기업.

그 안에서 나는, 가장 작은 사람이었다.


대리석으로 마감된 의리의리한 로비.

바쁘게 출근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스무 살의 앳된 나는 어딘가 겉돌고, 어색한 느낌이었다.


어리바리한 티를 내고 싶지 않아서

메일에 적힌 장소를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접견실에 앉아

담당자를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이소미 씨죠?”

“네, 안녕하세요.”


최대한 긴장하지 않은 척,

여유롭게 인사를 건넸다.


“여기 사원증이랑 다이어리예요.

오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저는 같은 팀에서 총무와 인사 업무를 하고 있는

이재우 대리라고 합니다.”


정제된 말투와 차분한 태도.

인생 처음, 어른으로서 대우를 받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얼굴이 있는 사원증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일단, 팀 있는 곳으로 가요.”


파란색 사원증을 목에 거니

내가 이 장소와 어울리는 사람으로 바뀐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들어서니

넓고 낯선 사무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워낙 여러 팀이 있으니, 저를 잘 따라오면 돼요.”


이 대리를 따라 걷다 보니,

내가 앞으로 2년 동안 함께할 팀이 보였다.


“오늘부터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될 이소미 씨예요.”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날부터 나는

해외 플랜트 사업의 팀 비서로 일하게 됐다.


이 대리는 나를 편견 없이 대하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졌다.


“여기 팀에는 제 입사 동기들이 꽤 있어요.

절 포함해서 그 동기들에겐 선배님이라고 부르면 돼요.

나머지 분들은 부장, 차장 등 직위로 부르면 되고요.

관련 업무는 이계숙 차장님이 알려주실 거예요.”


어색하고 낯설던 이곳에

선배가 있다는 말만으로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팀장님은 지금 출장이에요.

먼저, 이계숙 차장님께 인사드리고 업무 인수인계받아요.”


“네.”


나는 이계숙 차장님 자리로 가서 다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차장님.

저는 오늘부터 팀 비서로 일하게 된 이소미입니다.”


“그래요. 저도 잘 부탁해요.

그럼, 오늘부터 할 일을 천천히 알려줄게요.”


이계숙 차장님은 고졸로 입사해

20년 넘게 총무와 회계를 맡아온 베테랑이었다.


그녀는

어색하기만 하던 이곳에서

내가 기대고 싶을 만큼의 여유를 품고 있었다.


나는 잠시 안도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이곳은
생각보다 훨씬 더 조용한 전쟁터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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