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을로 살아남기 위한 선택

by 조용한증명


결국, 나는 을이었다.


S보험회사 외에도

수많은 대기업 정규직 면접에서 떨어졌다.

붙을 수 없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다.


나는 조용히,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전문대 마지막 학기는
취업한 사람과
취업하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


취업한 사람들은 남은 학점을 채우기 위해
야간반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나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취업 실패자였기 때문이다.


절반도 남지 않은 교실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곤욕이었다.


친한 친구의 취업 성공을 축하해 주고,
다음 면접을 위해 자소서를 준비하면서
‘나는 더 나은 회사로 갈 거야’라는

묘한 자신감도 있었다.


내가 더 나은 회사에 갈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스스로를 달래기 위한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그 헛된 자신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루이틀이 지날수록
걱정과 두려움은 점점 나를 뒤덮었다.


결국,
나는 절대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선택을 하게 됐다.


비정규직


그 길을 선택한 내 손이,
참 낯설었다.


매일 학과 단체 채팅방에는
채용 공고가 하나씩 올라왔다.


대부분
‘우리나라 10대 대기업에서 채용하는 계약직’


졸업이 다가올수록
한 명씩 그 길에 지원했고,
나라고 다르지 않았다.


나는 갑이 아니었다.
을이었다.


그 길을 택한 건,

내가 아닌 생존이었다.


S건설사의 비정규직.
어쩌면 나는,
그런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침묵했다.
그 침묵은 마치,
그 길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듯했다.

단지, 나는 기억한다.
그 선택이 얼마나 쓰라렸는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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