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이 내 전부였다
“34번, 이소미님, 들어오세요.”
처음 보는 면접실.
처음 겪는 인생의 진짜 면접이었다.
학교에서 수십 번
모의 면접을 봤지만,
실전은 전혀 달랐다.
심장이 계속 두근거린다.
왠지 합격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가 이 회사를 진짜 다니고 싶은 게 맞을까?’
어젯밤, 그 질문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드디어, 면접이 시작됐다.
자기소개,
지원 동기,
추가 질문까지.
면접관들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나는 나름 잘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
“이소미 씨는 이 회사를 통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어젯밤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질문이
현실로 튀어나왔다.
나는 답했다.
“저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소외 계층에게 관심을 주고,
제 노력으로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말이 끝나자,
면접실 안은 싸늘해졌다.
맙소사,
보험회사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
그제야 깨달았다.
내 답변은, 누가 들어도 ‘오답’이었다.
그래도 나는 아등바등
이 동아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면,
저는 어디서든 제 몫을 다할 자신이 있습니다.”
냉랭한 분위기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들어가 보세요.”
면접장을 나서며
어딘가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내가 그 기회를 날려버린 걸까?’
수많은 자책이 몰려왔다.
‘이건 내가 유일하게
가난을 끝낼 기회였는데……’
그리고 생각을 정리했다.
“역시 나는 글렀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왔다.
엄마가 물었다.
“면접 잘 보고 왔니?”
“응, 피곤해.”
나는 간단하게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갔다.
심란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때,
띠링—
다시 한번 더,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오늘따라 핸드폰 잠금 해제하는 게 두렵다.
[이소미 님은 아쉽게도 이번 면접에서 떨어지셨습니다.
귀하의 관심에 감사드리며, 추후 다시 뵙겠습니다.]
“나는 안 될 사람인가 보다.
기회를 줘도 못 잡는 사람.”
나는 내 인생의 첫 동아줄을 놓쳤다.
그렇게, 그것도, 내 손으로.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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