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면회
아이들이 찾아왔다.
흑백 TV에서
칼라 TV로 변하는 것처럼
그렇게
갑자기 환해졌다.
기뻤다.
하지만
미웠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나를 다시 집으로 보내다오.
목으로 올라오는 말을 애써 삼키며
나는 다른 말을 했다.
잘 지냈냐.
반갑다.
나는 잘 지냈다.
자주 와라.
보고 싶었다.
여기는 심심한 감옥이었다.
먹을 것이든
놀거리든 뭐든 해 주지만
밖으로 나가는 것은 어려웠다.
ㅇ.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 창 밖을 바라보곤 했다.
나는 대낮에는 침대에 앉아 햇빛에 반사되는 먼지를
멍하니 바라보며 지냈고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졸았다.
밤에 제대로 자질 않으니
요양원 직원들과
아이들이 걱정을 하는 모양이었다.
나를 앞에 두고 나에 대해 여러 말이 오고 갔다.
어르신이 낮에는 앉아서 졸고 계셔요.
그리고 밤에는 잘 안 주무시고요.
식사는 잘하시는 편이세요.
아 네. 그건 집에서도 그러셨어요.
다행이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한바탕 말들이 오가고
아이들은 내가 좋아하던 음식을 가져와
내게 들이댔다.
별로 식욕이 없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맛있게 먹어 주었다.
아이들의 죄책감을 먹는 듯 했다.
나를 안쓰럽고 불쌍하게 쳐다보는 표정이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이른 아침의 햇살처럼 밝아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애써 웃으며 즐겁다는 듯 음식을 먹었고
아이들은 만족했다.
아프신데는 없어요?
뭐 드시고 싶은 것 있으세요? 다음에 사 올게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제일 바라는 것은 집에 돌아가는 것이었지만
그것만은 아이들은 들어주질 않겠지.
그 이외의 것들은 다 부질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이 심심한 지옥에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아이들에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자주 찾아와라.
보고 싶구나.
아이들은 내게 자주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가는 탓이었다.
이야기하며 내가 피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노쇠한 내 육신이 아쉬웠다.
좀 더 오래 봐도 되는데
자꾸 눈꺼풀이 감겨왔다.
피곤하신 모양이에요.
침대로 돌아가 누우셔야겠어요.
아이들은 나를 쓰다듬고 만지다
요양원 직원에게 나를 넘겼다.
애써 고개를 들어 아이들과 인사했다.
잘 가라. 다음에 또 보자.
네. 다음에 또 올게요. 얼른 들어가 쉬세요.
정작 하고 싶은 말은 하지도 못한 채
아이들과 나는 다시 이별을 했다.
다시 나는 1평 남짓한 내 자리로 돌아가
먼지를 바라보며 아이들이 올 때까지
꾸벅 꾸벅 졸테지.
겨울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곰처럼
그렇게 깊은 잠에 들겠지.
창 밖의 풍경이 보기 싫어 커튼을 치고
나는 누웠다.
다시는 잠에서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벽의 호수처럼
고요하게
숨을 멈췄으면 싶었다.
특별할 것 없는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간다.
반짝하고 불이 켜졌다가
꺼지는 것처럼
세월은 그렇게 사그러 들었다.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다시는 깨지 않을 것처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