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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전철 탔다가 눈병

by 유창엽

[2023년 8월 3일(목)]

오후에 아내와 전동차를 타고 노이다 DLF 몰을 향했다. 집(호텔) 부근에서 오토릭샤를 잡아 가장 가까운 전철역으로 갔다.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고 50루피가 들었다.

델리 전철은 9개 노선이 있다. 1호선, 2호선 식으로 숫자로 노선을 나누지는 않고 색깔로 노선을 구분하고 있다. 전철을 다 타보지는 않았지만 지하공간은 없는 것 같아 '지하철'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고 '지상철' 또는 전철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3개 역을 지나 4번째인 '노이다 섹터 18' 역에 도착했다. 조그마한 전철 티켓에 찍힌 QR 코드를 개찰구에 대고 빠져나왔다. 나오면서 보니 전동차를 차려는 사람이 기다랗게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었다. 인도가 인구 대국임이 실감났다.

아내는 혼자서는 전동차를 타지 못하겠다고 했다. 전동차 내 사람들이 많아 아무래도 불안해서 일 것이다. 외국인으로서 뉴델리에 살 때 대부분 자동차를 이동수단으로 삼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철역을 나오자마자 한 오토릭샤 운전사에게 물어보니 100루피를 불렀다. 가까운 몰까지 걸어갈까 잠시 고민했다. 그런데 한 전기릭샤 운전사가 우리더러 그냥 타라고 했다. 값을 물어보니 50루피라 했다.

뉴델리 전철 안내도.png 델리 전철 안내도

그런데 몰에 도착해서 사달이 났다. 왼쪽 눈에서 눈꼽이 끼기 시작하고 약간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아내는 결막염이라고 했다. 아내는 인도에 오자마자 찬 에어컨 공기를 쐬며 자다가 감기가 들어 아직 완쾌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제 필자까지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왜 눈병이 났을까? 짐작컨대, 전동차 안에서 수많은 사람이 잡은 땀 묻은 지지대 봉을 만진 후 나도 모르게 손을 눈에 갖다대면서 세균 감염이 일어난 게 아닐까 싶다.

몰 3층에 있는 약국에 들러 아내 약을 구입했다. 안약도 달라고 했으나 없다고 했다. 아내의 감기와 나의 눈병을 인도 입성 신고식으로 받아 들여야겠다. 귀가할 때는 택시호출 앱인 '올라'를 이용해 세단을 탔다. 귀가해서는 왼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써야 할 기사거리가 있어 기사를 썼다.


[2023년 8월 4일(금)]

어제 난 눈병 때문에 아침 식사 후 병원에 가겠다고 회사에 보고했다. 급한 기사 한 건을 처리하고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에 전화를 걸어봤다. 두번째로 전화 건 병원에서 영어 소통자가 '안과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그 직원은 내게 병원에 올 필요가 없고 자기가 의사더러 이야기해 내게 전화를 걸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금 있으니 한 의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내 상황을 이야기하니 영상통화할 수 있느냐고 해서 엉겁결에 와츠앱으로 영통을 했다. 이른바 원격진료였다. 한국에서는 아직 도입하지 못한 방식이 아닌가?

그 의사는 내게 눈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어 와츠앱에 올리라고 했다. 결국 다래끼(Stye)와 결막염(Conjunctiva)가 온 것이라고 했다. 처방해 약을 내 주소지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 의사와 통화를 마치자마자 먼저 통화했던 병원의 직원이 전화를 걸어와 "30분 안에 약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그 사이에 병원간 경쟁이 일어난 형국이었다.

뉴델리 의료연구센터 간판.png 델리의 한 의료연구센터 간판

광속같이 진료보고 처방까지 받게 됐다. 놀라운 일을 접한 것이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데 기분이 좋아졌다. 동시에 인도가 이런 면에서는 확실히 한국을 앞서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30분이 지나 약과 처방전, 영수증을 가진 젊은이가 호텔에 도착했다. 진료비 500루피, 약값 363루피였다.

아내에게 "인도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함께 있는 나라다"라고 농반진반의 말을 건넸다. 아내도 동의했다.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물가 면에서 인도에서는 식자재, 약, 대중교통은 확실히 저렴하다.

당국이 수많은 가난한 이들의 생계를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1947년 인도 독립 및 건국 이후 소련 체제를 많이 도입했다는 데 그 잔재로 볼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잔재, 힌두 민족주의가 혼재하는 인도 사회. 알면 더욱 재미있는 나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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