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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변서 용변 보는 여성

by 유창엽

[2023년 7월 30일(일)]

아침에 집 주변 공원에서 조깅을 했다. 공원을 두어 바퀴 돌아가 갑자기 공원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 밖으로 나갔다. 대로를 따라 좀 달리다가 하천 변의 좁은 인도가 있기에 그 길로 들어섰다. 인도 옆에는 시커먼 물이 흐르는 소 하천이 있었다. 썩는 고약한 냄새도 풀풀 났다. 비닐 등 생활쓰레기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인도임에도 발을 조심해야 했다. 인분 같은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좀 달리다가 보니 왼편 하천 부근에서 한 여성이 앉아서 용변을 보고 있었다. 옆에는 다른 여성이 서서 지켜주고 있었다.

야무나강변.png

노숙자이거나 최근 야무나강 범람으로 발생한 이재민으로 보였다.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이렇듯 용변을 보다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나를 또 돌아보게 됐다. 얼마나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전국에 화장실 수억 개를 만들었다고 했던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노숙자들을 위한 공공 화장실을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다. 또 수용시설을 만들어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 들어가 살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조깅하다가 전철역도 발견했다. 공원 부근이어서 우리 집(호텔)에서 걸어갈 수도 있고, 오토릭샤를 타기에는 너무 가깝다. 집에서 400m 남짓인 듯하다. 전철 역사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입구에 들어섰다. 보안요원이 역사 안으로 들어오는 한 남성을 검색하고 있었다. 몰에 입장할 때도 보안요원 검색은 필수적이다. 인도에서는 공공시설에 입장할 때 검색은 기본인 듯하다.

인도가 1947년 영국 식민지배에서 벗어날 때 분리 독립한 파키스탄과 카슈미르 영유권 문제로 세 차례 전쟁을 치렀고 동파키스탄(현재의 방글라데시) 문제로도 또 한 차례 전쟁을 치른 적이 있다. 또 파키스탄 테러단체가 인도 본토에서 테러를 저지른 적도 여러 번 있다. 인도 측은 테러 등을 감안해 공공시설 보안을 철저히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은 주일임에도 근무일이어서 일을 했다. 기사를 쓰다가 오후에 잠시 집 주변 공원에 가서 산책을 했다. 아이들이 크리켓 하는 모습, 시민들이 벤치에 앉아 담소하거나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가롭고 평화롭게 보였다.

인도 전철 역사.png


[2023년 7월 31일(월)]

오늘은 오전에 일을 하고서 점심 때 취재원을 만났다. 관광부문 취재원 2명으로부터 인도의 한류 확산 이야기를 들었다. 과거에는 인도 동북부 지방에서 K-드라마 열풍이 불었는데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한류가 적어도 젊은이들 사이에 많이 번졌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두 번에나 록다운을 거치는 등 고립 생활을 하면서 특히 네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을 많이 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류 확산에 흰색을 좋아하는 인도 '아줌마'들이 한국 화장품을 많이 찾는다고도 했다.

인도는 카스트(계급) 제도가 생활과 문화 속에 녹아 엄존한다. 힌두교도가 주류로서 14억 인구의 80%를 차지한다. 인도는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류가 퍼졌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모든 것을 수용해온 인도가 한류도 외국의 한 문화로서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싶다.

취재원들은 또 인도 사람들이 한국을 가고 싶어도 항공권이 너무 비싸 못간다는 게 문제라는 말도 했다.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이 뉴델리-인천 노선에 취항해 그나마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졌지만 이마저도 인도인들에게는 높다는 것이다.

2023년은 한국과 인도가 수교한 지 50주년이라 일부 행사가 뉴델리에서 개최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9월 주요 20대국(G20) 정상회의 전후에 대사관 등의 행사가 예정돼 있단다.

인도 전동차 내부.png

오후에는 주인도 한국대사관을 들러 대사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명함을 돌리며 얼굴을 알렸다. 다들 내가 두 번째로 인도 특파원으로 나왔다는 데 대해 신기해하며 반겨주었다.

대사관 방문을 마치고서 대사관 정문에서 오토릭샤를 타고 가장 가까운 전철역까지 80루피(약 1천330원, 1루피 = 약 16원)에 갔다. 인도 전철을 이용하기는 지난 부임시기를 포함해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부분 자동차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이 제작에 참여한 인도 전철은 한국보다는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플랫폼에 스크린이 설치돼 있고 전동차 내부는 한국 전동차와 비슷했다. 안전문제도 괜찮아 보였다.

오후 5시쯤 전동차를 타고 가다가 목표지인 전철역 직전 역에 실수로 하차해 다시 전동차를 타기도 했다. 집 부근 전철역에서 내려 100루피를 주고 오토릭샤로 귀가했다. 전철 이용료 자체는 40루피로 저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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