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5일(토)]
오늘은 DLF몰 노이다에 있는 인도 생활용품점에서 구입한 소파 2개(3인용과 2인용)를 배달받았다. 오늘 배달인에게서 대여섯 번 전화를 받았다. 문제는 그가 영어를 거의 못하고 힌디어를 95%이상 한다는 데 있었다. 자연스레 짜증이 나기도 했다. 힌디어는 영어를 포함해 인도에서 사용되는 20여개 공용어 가운데 하나로 주로 북부지역에서 사용된다.
기사를 쓰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배달인이 호텔에 도착한 줄 알고 7층 호텔 방에서 1층 로비로 내려갔다가 허탕을 여러 번 쳤다. 의사 소통이 안됐기 때문이다.
말이 7층이지 사실은 8층이다. 인도에서는 우리로 치면 1층을 '그라운드 플로어'로 부르고 2층을 '퍼스트 플로어'로 칭한다. 인도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사소한 것이지만 퍼스트 플로어를 1층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생활용품점에서 보내온 메시지를 보니 소파가 오늘 13시 27분에서 14시 27분 사이에 도착한다고 했다. 오후 12시 30분 넘어 점심을 먹은 뒤 소파가 오는 동안 9층 체육시설에 가서 운동을 했다. 그러다가 본사에서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와서 방으로 돌아가 기사를 써야 했다.
기사를 쓰는 동안 전화는 또 왔다. 마침내 소파가 도착했다. 기다림과 초초의 연속이었다. 소파의 색조가 주문한 것과는 조금 다른 듯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불빛 때문이었다. 배달인 2명과 호텔 직원 1명이 소파를 방으로 들여왔다.
그러고는 배달인 중 한 명이 내게 '목수가 30분 안에 와서 나머지 일을 해줄 것"이라고 말하고는 서둘러 떠났다. 목수는 30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배달인에게 다시 전화했더니 목수가 '가는 중'(on the way)라고 했다. 그후로도 소식이 없었다.
다시 배달인에게 외출할 일이 있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서 오후 4시 40분쯤 집을 나섰다. 도무지 인도인들이 하는 말은 신뢰할 수가 없다.
오늘 처음 출근한 렌탈회사 운전사와 차를 이용해 DLF몰 노이다에 들러 못다한 생활용품 구입을 하고서 귀가했다. 귀가하면서 휴대전화를 보니 누군가 전화한 것을 내가 놓친 것으로 돼 있었다. 전화를 했더니 또 영어로 소통이 되지 않았다. 결국 목수일은 하지 못했다. 목수가 해야할 일은 소파 받침대를 부착하는 일이었다. 인내와 비움 없이는 힘든 하루였다.
[2023년 8월 6일(월)]
운전사가 오지 않았다. 렌탈 회사와 구두계약을 맺은지 이틀째였다. 오전 10시까지 와야할 운전사가 오전 10시 30분이 넘어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회사 대표에게 전화를 했더니 곧 답을 주겠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낮 12시가 훌쩍 넘어도 전화가 오지 않았다. 또 회사 대표에게 전화했다. 그랬더니 자기 친구인 또다른 렌탈 회사 대표를 소개해줬다. 나와 더는 계약이행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운전사가 나와 어제 짧게나마 일해보고는 의사소통이 안돼 더는 못하겠다고 사장한테 말한 것 같았다.
그 친구라는 사람를 호텔 로비에서 바로 만났다. 그 역시 성씨가 싱(Singh)으로 터번을 쓰고 있었다. 알고보니 내가 묵고 있는 호텔에 자동차를 빌려주고 건별로 비용을 받는 계약을 맺은 사람이었다. 호텔이 필요로 할 경우 언제든 차량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싱의 회사 사무실은 호텔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호텔 로비에서 대략적인 계약 조건을 이야기하고서 바로 계약하지는 않았다. 고민을 좀 하다가 사무실로 찾아갔다.
사무실은 2층에 있었고 공간은 협소했다. 하지만 직전 회사보다는 체계를 갖추고 영업하는 듯했다. 보유차량은 20대 이상이라고 했다. 여권을 복사하게 하고 사장 명함도 받았다. 직전 회사와 한번 계약을 맺어봤기에 계약 협상을 신속히 진행했다.
마루티 스즈키의 디자이어 신차로 월 6만루피. 운전사는 하루 8시간 근무하고 오버타임 비용은 시간당 150루피로 정했다. 통행료 및 주차비도 별도였다. 통행료는 내가 사는 곳이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노이다시(市)와 가까운 델리 동쪽으로, 물품 구매 등을 주로 노이다에 가서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후 점심을 먹은 뒤 디자이어로 노이다에 있는 한국 식료품점에 아내와 함께 갈려고 렌탈 회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당장 디자이어를 제공하기는 곤란하고 다른 차를 주겠다고 했다.
기다렸더니 도요타 SUV가 왔다. 운전사는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봤던 얼굴이었다. 이 친구가 고정 운전사가 될지는 미지수였다.
렌탈 회사는 계약 체결 1주일 후부터는 고정 운전사를 제공주겠다고 했다. 임시로 제공받은 운전사도 영어 소통은 무리없이 됐고 차도 곧잘 몰았다. 식료품점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귀가한 뒤 그 운전사는 작업일지를 내밀어 서명을 해달라고 했다. 일지 기록은 렌탈 회사 대표와 계약자인 내가 비용 산정을 할 때 필요한 것이다.
이 렌탈 회사와 잘 됐으면 좋겠지만, 기대와 실망 모두 접었다. 인도에서는 집착했다가도 자꾸 마음을 비워야 정신 건강에 이롭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