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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과 개똥 냄새 나는 거리

by 유창엽

[2023년 8월 7일(월)]

뉴델리에 온 이후 아내와 사소하게 여러 번 부딪혔다. 오늘 오후에는 내가 "집안에만 있으면 건강에 좋지 않으니 밖에 나가 무덥지만 햇빛을 쐐야 좋다"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아내는 밖에 나가면 소똥과 개똥 등의 냄새가 나는데다 혹여 밟을 수 있기 때문에 싫다고 했다.

나는 건강이 염려돼 한 말이지 아내를 어렵게 하거나 곤혹스럽게 하려 한 게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강요한 게 맞다. 상대편 입장을 감안하지 않은 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어 부쳤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이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식으로 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내와 충돌하기 전에 아내와 점심 식사 후 짬을 내 9층 게임룸에 가서 당구를 쳤다. 세 게임을 했다. 당구를 치는 게 집중력을 키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지 않나 싶다.

쓰레기 집하장의 소들.jpg 도로변 쓰레기 집하장에서 먹이 찾는 소들

근무를 마치고 저녁 8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는 나 혼자 게임룸으로 향했다. 어제 저녁 함께 당구를 친 호텔 운동 담당 매니저가 걷기 운동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근무시간은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란다.

그와는 며칠째 당구를 치고 있다. 서북부 라자스탄 출신인 그는 라자스탄주 수영 대표 선수였고 나중에는 국가대표 선수 생활도 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를 알게 된 것은 며칠 전 저녁 나의 어설픈 당구 실력을 보다못한 그가 당구를 가르쳐 주면서다. 성실하고 차분한 성격이다.

이참에 포켓 당구를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 주재원 중 다수는 골프를 하지만 골프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 지속적으로 하기는 곤란한 운동이라고 본다.


[2023년 8월 8일(화)]

입추여서 그런지 아침 기온이 좀 낮아진 듯했다. 바람이 좀 불기도 했다. 9월까지 우기가 지속되지만 이젠 아침이면 가을 같은 분위기가 있을 것같아 기분이 좋았다.

운전사가 오전 10시에 호텔에 도착해 내게 보고차 전화를 해왔다. 운전사는 이노바를 몰고 왔다. 디자이어 신차는 내일부터 가능하다고 했다. 오후 12시 30분에 점심 약속이 된 안살프라자 서울식당을 향해 오전 11시30분 출발했다. 20여분만에 도착했다.

안살프라자는 둥근 원형 형태로 된 상가 건물로, 과거에는 뉴델리 최고급 상가 건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영업이 별로 안되는 상황이다. 뉴델리와 주변지역에 새로운 대형 상가건물이 들어서는 등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도 안살프라자에는 활기가 없는 듯했다.

취재원 3명과 점심 식사를 한 뒤 안살프라자에서 약 8km 떨어진 사켓시티워크몰로 가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야무나강 둔치 웅덩이에 있는 물소들

사켓몰은 내가 지난번 임기중 2년 동안 거주한 기탄잘리와 가깝다. 그때보다 시설이 좀더 개선된 것 같았다. 몰 내 약국, 모던바자르 등에서 쇼핑하고 귀가했다.

귀갓길에 운전사가 자신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동부 비하르 출신이고 나이는 32세며 2008년에 결혼했다고 했다. 결혼 상대는 어릴 때 결정됐다고 했다. 현재 7세 아들, 아내와 뉴델리에서 월세 4천500루피의 방 한 칸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0분쯤 됐다. 하루 8시간 근무시간을 채운 게 아니었지만 귀가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로 집에 가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자신은 월급이 적어 다시 사무실로 가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에는 인구가 많다보니 인건비가 저렴하고 노동시간도 긴 것 같다. 대부분의 상점 등에서 영업은 1주일 내내 하고 직원들은 돌아가며 1주일에 하루 쉬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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