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희
지난 8월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봤던 <3학년 2학기>가 이번 달에 개봉을 했다고 하여 뒤늦게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써보는 후기
사실 영화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어서 초등학생 영화인줄 알았다
영화 <반장선거> 그런 거인가 했는데 이 영화는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3학년 2학기, 사회로 조금 더 빨리 나가게 된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학교가 아닌 공장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열아홉 살의 창우가 겪는 사회와 먼저 같은 길을 걸은 선배, 함께하는 친구들, 또 공장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성인이 되기 직전의 순간에 대학진학이 아닌 취업이라는 길을 택한 친구들이 내 주위에도 역시 존재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나아가 사회로 처음 발 디딘 사회초년생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우는 공장으로 출근하게 되면서 사회인으로 나아간다는 뿌듯함, 설렘을 느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홀로 3형제를 키우고 있는 어머니를 도울 수 있게 되면서 책임감을 갖기도 한다. 어린 나이의 주인공이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가족들을 부양하는데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모습이 짠하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창우는 공장에서 몇몇 부조리, 사고, 편법들을 목격하기도, 경험하기도 하지만 마음속의 책임감 때문에 묵묵히 참아내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사회를 처음 경험하는 친구들이 목소리를 내기에는 어려운 근무환경, 그리고 아직까지는 3학년 2학기를 다니는 현장 실습생의 자격이기 때문에 결국에 공장의 좋은 평가가 있어야 앞으로의 계획 혹은 대학진학 등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느껴진다. 사고를 당하기도 하면서 사실 제일 힘든 상황이라고 느껴지는 창우는 그만두지 않고, 묵묵히 일을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 다른 동료들이 그만두기도 한다. 영화를 보면서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고는 할 수 없는 곳에서 '버티면서' 일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인 상황이 있으니 '버티는'것 외에 선택지가 없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일을 배우고, 마음 맞는 사수에게 일을 배우며 보람을 느껴가는 창우를 보면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노력을 하고, 도전하고, 부딪히는데 그 일을 막상 하게 될 때 보람이나, 상처를 얻게 될 수도 있다. 노동의 가치 밟히지 않고, 사회 초년생들이 사회에 안전하게 스며들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 그들의 3학년 2학기가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