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인테리어, 60일의 기록
[3년 간의 준비, 셀프 인테리어_몬스테라홈]
인테리어의 시작은 철거입니다. 낡은 것을 걷어내야 비로소 공간의 본모습이 드러납니다. 말은 간단하지만, 시작은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특히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는 이웃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기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2017년 겨울, 이사를 앞두고 아파트를 셀프로 리모델링했습니다. 신혼집부터 수많은 인테리어를 해 보았지만, 정작 아파트에서의 마루 철거는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단독주택이나 상가 공간에서의 인테리어 경험만 있었기에, 아파트 특유의 소음 전달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소음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습니다.
수업 중이던 어느 날, 학교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수화기 너머, 아랫집 할머니가 소리쳤습니다.
"천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내가 집에 있을 수가 없어. 어떻게 좀 해봐."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당혹감과 분노가 섞여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철거 작업의 소음이 아래층에 얼마나 크게 전달되고 있었는지를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곧이어 마루 철거 사장님도 난처한 목소리로 연락을 주셨습니다.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아랫집에서 항의가 심해 공사를 계속하기 어렵네요."
그날 공사는 하다 말다를 반복했고, 퇴근하자마자 1시간을 달려 아랫집으로 향했습니다. 연거푸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인사를 드렸지만, 남은 공정이 눈앞에 아득했습니다.
그날의 일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 이후로 철거는 언제나 긴장을 동반하는 공정이 되었습니다. 그때 철거 사장님이 하셨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민원 달고 다니는 게 일이에요. 욕을 덜 먹느냐, 더 먹느냐의 차이죠.”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철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이라는 걸요.
2017년, 저희 집의 인테리어를 시작으로 2~3년 사이에 많은 지인들이 하나둘 같은 단지로 이사 오기 시작했습니다. 20년 가까이 된 아파트였기에, 손을 보지 않고는 살기 어려웠습니다. 자연스레, 셀프 인테리어가 우리 사이의 주요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귀 기울인 이야기는, 단연 철거였습니다. 누군가는 철거 중 날린 먼지 때문에 앞집 현관에까지 민원이 들어왔다고 했고, 또 어떤 집은 장비도 없이 망치 하나 들고 온 업체 때문에 이틀 일정이었던 철거가 4일 넘게 걸렸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상했던 건, 동일한 구조의 아파트인데도 민원의 발생 패턴이 전혀 예측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같은 라인의 집에서는 조용했는데, 오히려 반대편 라인에서 항의가 들어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건물 안에서 소리가 어떻게 퍼지는지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듯했습니다.
‘이번에도 과거처럼 민원에 시달리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수록 마음이 불안해졌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이번에는, 첫 경험 때와는 다르게. 좀 더 차분히, 좀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철저한 업체 조사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후기가 많은 업체들을 찾았습니다. 특히 민원 대응에 능숙하다는 글이 눈에 들어왔고, 열 군데 넘는 곳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 응대는 대부분 친절했지만, 견적 방식이 낯설었습니다. 가벽은 미터당, 붙박이장은 개당. 계산해보니 적지 않은 비용이 나왔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업체가 서울에 위치해 있어 지방인 천안까지 오는 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비용 문제도 있었지만, 망치만 들고 온 업체가 있었던 지인의 사례를 떠올리며 무엇보다 걱정되었던 것은 장비 문제였습니다. 우리 집은 화단 철거, 조적벽, 날개벽 해체 등 난도가 높았습니다. 장비 없는 철거는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시간은 더 걸리고, 소음은 더 커질 테니까요.
그래서 다시 방향을 틀어 천안 지역 업체를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장비가 있는지, 블로그나 SNS에 시공 사례는 올라와 있는지, 부산한 마음으로 철거업체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열 군데쯤 둘러봤을 무렵, 한 업체의 블로그에서 정갈한 작업 사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날로 바로 연락했고, 말이 많지 않지만 설명은 분명한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필요한 장비와 합리적인 가격을 함께 이야기해줬고, 무엇보다 철거 전후의 사진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신뢰가 갔습니다.
여러 번의 미팅 끝에 신뢰가 가는 그 업체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 선택이, 이 긴 공정의 첫 단추를 잘 끼운 결정이 되었습니다.
철거 작업이 시작되기 전, 공사 안내문을 미리 부착하고, 특히 위층과 아래층에는 직접 찾아가 양해를 구했습니다. 긴장된 마음으로 월요일 철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요일 오후, 철거 사장님이 갑자기 집을 방문하셨습니다.
단순한 현장 점검인 줄 알았지만, 그는 조용히 붙박이장을 해체하고 방문들을 떼어내어 한쪽에 가지런히 정리해두었습니다. 미리 철거 동선을 계획하고 준비를 마쳐두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그는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 위해 현장에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철거에 체계를 만들고 싶어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작업을 기록하고 사진도 정리한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현장에서의 그의 태도가 더 깊이 다가왔습니다. 단순히 일로서가 아니라, 자신이 지켜온 일이라는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된 월요일.
철거 사장님의 준비성은 더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먼지 흡입기를 가동하며 공사를 진행했고, 소음이 심한 작업은 이웃의 출근 이후로 배치했습니다. 첫날 작업이 끝난 뒤에도 다시 현장을 점검하며 다음 일정을 확인했습니다. 심지어 샌딩이 필요한 곳은 정확히 그 위치에 기기를 놓고 가셨습니다.
작은 배려와 철저한 준비, 그 모든 것이 그 분의 작업에 대한 자부심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조롭기만 하진 않았습니다. 재사용 예정이었던 방문 문짝이 모두 사라진 것을 저녁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놀라 연락을 드렸더니, 사장께서는 폐기물을 차곡차곡 쌓았기 때문에 내일 찾아올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다행인 것은 다음날 모든 문짝을 찾아오신 것이고, 아쉬운 것은 안방 문짝 하나는 결국 찾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폐기물과 함께 처리된 모양이었습니다. 이정도면 되었다고 핑계를 대실 수도 있었을텐데,
"저희가 실수했으니, 비용은 전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라며 사장님이 바로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진심에 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문짝 하나쯤은 새로 맞추면 된다고, 그런 실수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마음이 감사했고, 책임지는 태도가 오히려 더 큰 신뢰가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신뢰가 쌓였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당시 지방에서 진행되던 확장 공사에서는 바닥 단열 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설비팀조차 단열재 시공을 꺼릴 정도였죠. 그런 상황에서 철거 사장님의 태도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왕 하는 공사라면 제대로 하셔야요. 제가 기포 콘크리트 깊이까지 다 까드릴게요."
철거 사장님은 확장부 바닥을 콘크리트까지 철저히 철거하여 설비팀이 작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초보자였던 제게는 이런 경험이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사장님의 일에 대한 진정성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였습니다.
3일간의 철거 작업 동안, 예상했던 민원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웃들이 작업의 깔끔함에 감탄했다는 소식까지 전해들었습니다. '이렇게 조용한 철거는 처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뿌듯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이웃님들의 배려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윗집에서는
"오늘 카페에 나가서 일할 거니깐 편하게 철거하세요"
라고 해주셨고, 같은 라인의 어른은 '공사하려면 다 그렇지'하면서 신경쓰지 말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철거를 통해 배운 것은,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기술이나 가격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인 것은 책임감과 소통이었습니다.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과 작업에 대한 진정성,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솔직하게 대하는 태도가 모든 것의 기본이었습니다.
덕분에 몬스테라홈의 철거는 민원 하나 없이, 조용하고 안전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재사용할 자재는 사전에 표시하고, 수시로 확인하는 것. 이 교훈은 다음 공정까지 오래 남았습니다.
[3년 간의 준비, 셀프 인테리어_몬스테라홈]
다음편,
#2. 설비,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는 것
[몬스테라즈, 셀프 인테리어 가이드 북 '디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