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의 기록
목공이 시작되기 전, 몬스테라홈은 텅 빈 콘크리트 상자에 불과했습니다. 벽은 철거되었고, 현관 바닥의 배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목공이 시작되자 공간은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각재로 구조를 세우고 석고보드를 붙이면서, 처음으로 '집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삭막했던 콘크리트 공간이 비로소 집처럼 느껴졌습니다.
도면을 의뢰했던 업체의 소개로 만나게 된 목수님. 첫 인사만으로도 단단한 신뢰가 느껴졌습니다. 제가 무몰딩과 무걸레받이 시공을 요청드렸을 때, 주저 없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안 되는 건 없어요. 다 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무몰딩은 천장과 벽 사이에 몰딩 없이 선을 맞춰 마감하는 방식, 무걸레받이는 바닥과 벽 사이 걸레받이를 생략한 채 바닥재로 정리하는 고급 시공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마감이지만, 시공 난이도가 높아 반대하는 시공자도 많습니다. 하지만 목수님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법을 함께 고민해주셨습니다.
몬스테라홈은 올철거에 네 곳의 확장, 바닥 단열 등 디테일이 많은 구조였습니다. 천장 단차 같은 복잡한 부분마다 제가
“이건 이렇게 해볼 수 있을까요?”
하고 여쭈면, 목수님은 잠시 생각 후 현실적인 해법을 조용히 제시해주셨습니다.
현장이 제가 살던 아파트 바로 옆 동이었기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들러 목수님과 세부 사항을 하나하나 조율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공정이 하나둘 진행될수록, 공간의 변화는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목공 공정은 당초 예상보다 이틀가량 더 소요됐습니다. 덕분에 타일 공정과 일정이 겹치게 되었고 걱정도 있었지만, 타일 시공팀이 유연하게 조율해 주어 큰 차질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일정이 겹친 덕분에 현장에서 즉시 대응할 수 있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문틀을 일부 손봐야 했던 상황에서, 현장에 계시던 목수님이 곧바로 조치를 취해주셨습니다. 이처럼 공정 간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할 때, 돌발 상황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모든 현장이 이렇듯 협조적으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공정 병행이나 일정 조율에 비협조적인 시공팀도 많습니다. 그래서 몬스테라홈의 현장은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일정은 종이 위가 아니라 사람 사이에서 조율된다는 걸, 이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목공 마감이 끝난 후였습니다. 도배를 앞두고 가구 실측을 하던 중, 냉장고장 자리의 가벽이 1.8cm 짧게 시공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월요일 도배 일정이 잡혀 있었고, 주말 내에 수정하지 못하면 전체 일정이 밀릴 상황이었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목수님께 문자를 드렸더니, 짧은 답이 왔습니다.
“시간 되는 대로 들러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현장을 방문한 저는 놀라운 장면을 마주했습니다. 가벽은 정확히 보완되어 있었고, 흔적 하나 없이 정리된 현장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시간, 알림도 없이 조용히 문제만 해결하고 돌아가신 그 태도에서, 저는 ‘기술을 넘어선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 공간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있구나.”
공간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자재와 설계가 있어도, 그것을 구현하는 사람의 기술과 태도가 결과를 결정합니다.
목공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공정입니다. 벽 속에 숨겨진 각재의 정직함, 석고보드 이음새의 정밀함은 언뜻 보이지 않지만, 집의 내구성과 품격을 좌우합니다. 새벽에 조용히 가벽을 고쳐두신 목수님의 손길처럼, 보이지 않는 곳의 정성이 공간의 진짜 가치를 완성합니다.
좋은 시공자를 만나는 일에 시간을 아끼지 마세요. 결국 그 한 사람이, 여러분의 공간을 진짜 '집'으로 만들어줄 테니까요.
[3년 간의 준비, 셀프 인테리어_몬스테라홈]
다음편,
#5. 전기, 전국을 누빈 조명 수집
[몬스테라즈, 셀프 인테리어 가이드 북 '디테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