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지 못했던 애정을 누군가에게 주었을 때, 필연적으로 어느 한 공간이 비게 되어있다.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상대방에게 줄 수 있듯이 그 감정을 온전히 느껴 본 사람만이 전달하는 감정의 따스함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계산적이고 냉대하게 모습을 바꿔갔다. 그렇기에 어딘지 모르게 싸한 느낌을 줄곧 받는 듯했다. 모든 사람을 자신의 기준으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니 말이다.
무엇이 행복인가, 그에 대한 해답은 뭣으로 정의 내릴 수 없다. 누군가에게는 퇴근 후 마시는 맥주가 행복일 터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여가시간을 온전히 보내는 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더 포괄적으로 보자면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과 아침에 눈을 뜰 수 있다는 것 그리곤 살아갈 내일이 있다는 것 또한 누군가에게는 행복이 될 수 있다.
요새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하지 않아도 될 걱정과 고민과 현재 내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혼자만의 걱정을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일은 하고 싶지도 않고 한다 한들 해결될 일도 아니다. 하지만 기분이 태도가 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최대한 자각하려 한다. 화낼 일에만 화내자고, 내일 일어나면 별것도 아닌 일이 돼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혼자 소주를 마시는 일을 줄인 건,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의 횟수를 줄인 건, 지인을 만나는 횟수 또한 줄인 건 시간이 지난 후에 내게 남는 것이라고는 허탈함과 공허함뿐이기 때문이었다. 음식에 대한 욕구도 의미가 없었다. 그저 혼자서는 배가 채우면 되는 일에 불과했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혼자 남겨진 것과 동반한 외로움이 그저 싫었다.
왜 가장 힘들 때 내 곁에 아무도 없는 걸까?
상대에게 내가 줬던 애정은 올발랐던 걸까?
나 또한 어딘가 채워지지 않은 어느 한 구석에서 불안을 갉아먹고 있는 건 아닐까?
난 채우지도 못할 것을 남들에게 강구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또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