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정지원

내뱉는 말 한마디는 입 밖으로 쉽게 빠져나온다.


수없이 했던 고민들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벌어지는 입술의 간격을 순간 좁히지 못할 만큼 말은 쉽다.


”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


“ 내가 아직 준비가 되지 못했나 봐 ”


이러한 말들로 위안을 삼으며 나를 지키기에 급급했던 날, 어쩌면 난 여전히 그곳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너를 위해 했었다는 행동은, 그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줄 몇 안 되는 자그마한 명분. 그렇게 곁을 떠나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길 원했던 나의 이기심이었을까?


헷갈리지 않게 만들어준다는 것이 사랑이었다면, 피곤함 조차 잊게 만들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지나온 시간은 기껏해야 소꿉놀이에 불과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짙어진다.


연락을 해볼까 생각했던 날, SNS에 팔로우를 끊고 연락처를 지웠다. 뭔가 지는 듯한 기분이 나를 짜증 나게 만들었다. 어쩌면 거북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혼자 있을 시간이 외로울까, 고독하게 느껴질까, 옆에 사람이 있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의 행동이라고 한다면..


연애의 끝은 연애였다는 걸 이제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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