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홀로가는 길

by 애린 이종희

빈손 -이종희


금속성이었을까

닫히면 열리지 않고

들어가면 나오지 않는 블랙홀


막연한 불안이

차곡차곡 수납되는 일부터 풀었더라면

일터로 고정된 합판은 휘어지고

밖으로 나오는 레일이 녹슬지 않았겠지


틀 안의 걱정이 마모되고

햇살이 빈 공간을 찾지 못할 때

눌린 자유는 하늘 향해 두 팔을 벌릴 수 있었을까


수십억 년의 뿌리에서 뿌리로 내려가도

가득 채워진 축제는 보관되지 않았다고

매일 병든 서랍 속에서 후회가 빠져나오는데

어떤 견고한 철이 그 안을 연마했길래

그는 온 생을 직진만 하고 살아야 했을까


가볍게 오를 하늘마저

보관된 땀방울의 부피에 눌렸는지


홀로 가는 길,

묵직한 설움만 발을 떼지 못한 채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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