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오래 머문 이유
그날 우리는
일정에도 표시되지 않은 좌표에서
서로의 미세한 떨림으로 잠시 닿았다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하나가
현실로 굳어지는 순간
앞서간 사람들은 그것을
우연이라 불렀다
그러나 그 만남은
비어 있던 틈이 아니라
오래도록 고르게 진동해 온
확률의 결이었음을
우리는 알지 못한 채
점점 스며들었다
너를 만나기 전
나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파동으로
하루를 통과하고 있었고
너 역시 여러 방향의 빛을 품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눈이 마주친 찰나
흩어져 있던 마음이 말없이 접히고
사라지던 무한의 어딘가에서
하나의 필연이 교차하는
빛으로 드러났다
손을 잡지 않아도
네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리면
내 안의 하루는
같은 파장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까움은 소유가 아니며
지켜봄 또한
가장 깊은 접촉이라는 것을
우리는 서서히 배워갔다
각자의 궤도를 존중한 채
서로를 압박하지 않는 거리에서
빛은 오히려 더 오래 머물렀다
사랑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측정되지 않은 신뢰로 남아
그리움으로 조심스럽게 바뀌었고
나는 너를 향해 존재의 이유를
마지막 남은 빛으로 꺼냈다
따뜻한 얽힘이 숨처럼 이어져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끌어당기는
만질 수 없는 점 하나,
지금의 아릿한 우리가 되었다
https://youtu.be/yLm3nVnwzag?si=rOinnONQVwjIuW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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