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소란한 뭍을 등지고
나는 닻을 올렸다
타인의 문장으로 빼곡히 적힌
낡은 지도를 찢어 바다에 띄우고
오직 나만의 해류를 따라 흐르기로 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고립이라 불렀으나
나는 그것을 직립이라 읽는다
파도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등대에 기대지 않은 채
두 다리로 대지에 뿌리박는 일
그리하여 나는 기꺼이
망망대해 한가운데 솟아오른
외딴섬이 되기로 자처했다
대양으로 향하던 다리를 끊어낸 자리엔
고요한 파도 소리만이 경계병처럼 서고
함부로 틈입하려던 시선들은
물거품 되어 하얗게 부서진다
저 홀로 떠 있는 섬의 혈관은 파랑의 숨결
적막은 뼈를 깎는 추위가 아니라
나를 가장 뜨겁게 데우는 온기였음을
거친 세속의 근육이 길을 낸 갯바위에
스스로 차오르는 민물의 충만을
하나의 완전한 우주가 되는 자리에서
비로소 나는 가장 화려하게 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