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포아내의 칭찬
친정에서 가족 모임이 있었어요.
거실에 밥상 세 개를 펴 놓고 음식을 날라 준비합니다.
저는 음식 몇 가지를 준비해 갔는데 동생도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왔네요.
동생은 족발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냥 보통 족발이 아니에요.
여러 한약재와 향신채를 넣어 족발을 거므스름하고 윤기나게 삶아 놓은 것을 그대로 먹어도 괜찮지만
한 단계를 더 거칩니다.
족발이 따뜻할 때 뼈를 발라내고 그 살은 밀폐용기에 담아요.
그대로 두어 굳힌 다음 먹기 좋게 잘라서 내 놓습니다.
마치 모양은 머릿고기 편육같이 보이지만 먹어보면 쫀득한 족발인 것이
아주 참 먹기도 좋고 맛도 있어요.
동생이 생각해낸 음식이고 자주 해 오는 음식이에요.
이건 동생만의 시그니쳐 메뉴이죠.
다같이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저는 제일 먼저 족발에 손이 갔습니다.
흐음~~ 역시 맛있네요
“ 지은아!오늘 족발은 더 맛있다.
지은아 너는 이런 너만의 필살기가 하나 있으니 얼마나 좋으니”
완전 너만의 필살기! ”
하며 동생에게 엄지척을 날려주었습니다.
동생은 그저
“ 무얼~ 이거 하나도 안 어려워~
그냥 삶아서 뼈 발라내고 한 것 뿐이야” 합니다.
“아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이 족발을 이렇게 해 놓으면 맛도 있지만 폼도 난단 말이야.
너만의 필살기 아주 최고야”
라고 훈훈하게 이야기를 마쳤는데
그 때 남편이 동생에게만 들리도록 살짝 말합니다.
“ 처제, 언니가 지금 처제 가스라이팅 하는 거야 ”
아이고~^^
무슨 가스라이팅이에요
남편의 오해에요
“지은아~ 순수한 칭찬인거 알지?”
그리고 다음날 집에 돌아왔습니다.
요 몇 주간 제가 운동을 하고 있어요.
바로 계단오르기.
1층부터 저희집 17층까지 계단으로 걸어오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별이랑 같이 계단 오르면서 한별이는 1번만 하고, 저는 3번까지 하고 들어옵니다.
남편도 같이 하면 좋겠지만 남편은 일주일에 두 번 축구를 하니까 굳이 같이 하자고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며칠 전 “여보 계단 걷기 같이 하실래요?” 했더니
흔쾌히 좋다고 해서 같이 나섰습니다.
“흠~ 여보랑 같이 운동하니까 벌써 너무 좋다~~ ”
저는 시작부터 마음이 벌써 좋았습니다.
그러나 시작하자마자 얼마 못 되어.....
첫 번째 17층도 다 오르지 못했는데 남편이 너무 헥헥 대는 거에요!
엥???
17층 우리집에 도착해 물을 마시고 잠깐 숨을 돌리는데 하도 힘들어하길래
“여보? 엥 여보 왜 그래요? 여보 일주일에 두 번 축구하잖아요
그런데도 왜 이렇게 힘들어해요? 잉 여보 실망이에요ㅜㅜ ”
“아,,, 여보 축구 일주일에 두번 하는 걸로는 운동 부족한가 봐요;;;;;
저 이참에 축구할 수 있는 날 좀 늘려주세요 하아,,, "
아이고 저는 속으로 정말 놀랐습니다.
남편 체력이 좋은 줄 알았는데 이 정도라니.
계단을 날아서 올라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헥헥 대다니
남편은 그래도 2번까지는 오르고는 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요 오늘은 처음이니까 이만큼만 하세요”
남편도 스스로에게 적잖이 놀란 것 같았습니다.
아내는 그래도 3번까지 오르는데 자기는 2번만에 이렇게 뻗는 것을 보고는
“여보, 나도 이제 여보 운동할 때 같이 따라서 걸어야겠어요.
근데 3번은 어렵고 두 번만 이라도요”
이렇게 해서 며칠을 같이 계단 오르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거실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는데 남편이 저쪽 화장실로 걸어가고 있어요.
그때 남편 종아리에 시선이 갔는데
아닛, 남편 종아리가 두꺼워진 거에욧
“어머, 여보! 여보 종아리 두꺼워졌어요! ”
“에? 뭐라고요? 내 종아리가 두꺼워졌다고요?”
“여보 이리와 봐요.”
남편 종아리가 확실히 두꺼워졌습니다.
뒤에서 볼 때 보이는 종아리의 폭이 넓어진 것이 확실히 눈에 보입니다.
“에이 설마~ 계단 몇 번이나 걸었다고 벌써 종아리가 두꺼워져요”
“여보, 제가 이제껏 보아온 여보 종아리 모습이 있는데
지금은 확연히 달라요.
종아리에 근육이 우락부락 생겼어요. 종아리 폭이 넓어졌어요”
“에이 진짜?”
하면서도 남편은 거울 앞에 와서 뒷모습으로 다리를 살펴봅니다.
“여보 뒤에서 봐야해요.
근데 너무 신기하다 계단걷기를 며칠이나 했다고 벌써 이렇게 근육이 생기나?
웅~ 여보 종아리 근육 멋있다~ ”
라고 진심으로 얘기해 주자 남편은
아이참~ 남편은 왜 이리 제 마음을 오해할까요?
저는 가스라이팅이 아니고 진심어린 칭찬과 격려였는데요
무엇이 되었든 남편이 오늘도 같이 운동하면 저는 좋지요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