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살아있는 내 아내>
노인에게 치매가 발현되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모습은 잘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기억을 잊어버리는 순서도 있는 것 같다. 최근의 기억부터 점점 오래된 기억으로 기억의 손실이 확장되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 요양원에서는 단기기억 장애라고 표현한다.
2년 전 요양원에 입소하신 샤오위 씨는 중국 북경 출신 남성이다. 중국 북경에서 대학교수로 평생을 일해왔던 샤오위 씨는 중국에서 집안 대대로 상당한 재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이 지식에 진심이었던 것처럼, 자식교육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외동딸을 하나 낳아 애지중지 키우고 아주 어릴 적부터 일본으로 유학을 보내 공부를 시켰었다. 그 딸은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계속 일본에서 거주하였으며, 일본에서 개인 사업에 도전하여 이제는 어느 정도 성공한 멋진 여성이 되었다.
샤오위 부부는 북경에서 사시고 딸은 일본에서 계속 생활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샤오위 씨의 아내는 70세가 되신 이후, 갑자기 건강에 적신호가 와서 한동안 병원생활을 하시다가 결국 퇴원하지 못하시고 하늘로 가셨다고 한다.
샤오위 씨는 아내가 병원에서 치료를 하고 있던 즈음에 치매가 갑자기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딸의 입장에서는 어머니에게 온 신경을 쓰느라 미처 아버지를 꼼꼼하게 챙기지 못했고 아버지의 치매 증상은 점점 심해지셨다고 한다.
샤오위 씨의 치매는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 나타나버렸던 것이다. 결국 샤오위 씨는 아내의 부재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당연히 아내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였지만, 장례식의 다음날 아내의 장례식을 기억하지 못하고 부인을 찾았다고 했다. 치매가 진행 중인 샤오위 씨에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치매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이 남성 어르신 분의 머릿속에선 아직 부인은 아직 살아있는 존재인 것이다. 아내는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치매가 발현된 아버지를 중국에 홀로 둘 수 없던 딸은, 아버지를 일본으로 모시고 온 뒤 내가 일하는 노인 요양시설에 요양서비스 의뢰 한 후 입소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샤오위 씨와 나와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샤오위 씨는 항상 조용하고 젠틀했다. 말도 별로 없으셨으며, 조용히 책을 보거나 조용히 요양원 내부를 거닐거나 무언가를 생각하시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이셨다.
요양원에 입소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샤오위 씨는 나에게 다가오시더니 다음과 같이 물어보셨다.
"엄마 어디 있니?"
처음엔 이 질문을 이해를 못 했다. 난데없이 엄마라니. 누구의 엄마? 나의 엄마? 당신의 엄마?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이해를 못 했다.
갸우뚱하는 내 모습을 본 샤오위 씨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셨다. 그리고 다시 같은 말을 반복하셨다.
"엄마 어디 있니?"
나를 본인의 자녀로 착각하시는 건가? 본인의 아내를 찾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그럼에도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본인의 아내를 찾고 있는 사람에게 아내가 돌아가셨다고 어떻게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뒤 그 자리를 피했다.
처음으로 내게 묻던 그날 이후에도 계속 본인의 부인을 찾았다. 나를 포함하여 다른 요양보호사에게까지 그 질문이 멈추지 않았다.
우리도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 샤오위 씨의 자녀분께 조언을 구했다. 딸의 대답은 너무 간단했다.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으니, 그냥 돌아가셨다고 얘기를 하란다. 그래도 괜찮냐고 물으니, 본인에게도 수시로 똑같은 질문을 해왔고 그냥 어머니는 돌아가셨다고 계속 이야기를 해왔다고 한다.
나를 포함하여 다른 요양보호사들은
‘그래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으나, 별다른 대안도 딱히 없었다.
그렇게 대답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샤오위 씨는 내게 같은 질문을 해왔다.
"엄마 어디 있니?"
나는 대답했다.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와버렸다.
샤오위 어르신은 갑자기 망연자실한 채 충격을 받으신 듯한 표정을 지으시던, 거실에 있는 식탁 의자에 털썩 앉으셨다. 그리고는 눈앞의 테이블을 주먹으로 힘껏 반복적으로 내려치시며 한참을 슬피 우셨다. 두 눈은 빨갛게 충혈되었고 끝없는 한숨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얼마 후 본인 방에 들어가시는가 싶더니, 침대 끝에 걸터앉아 한숨을 계속 내쉬셨다. 난 어찌할 바를 몰라 주위를 맴돌았으나, 달리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 반응은 가족의 사망소식을 처음 접한 모습이 아닌가?
치매 초기에 아내를 잃었기에, 이 샤오위 어르신 기억 속에선 아마도 아내의 죽음을 이해할 수도 기억할 수도 없는 상태였던 것이 아닐까? 아내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병원에 입원해 있던 모습이 마지막 기억일 것이다.
치매초기에는 단기기억 장애가 가장 먼저 오는 것 같다. 최근에 내 주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인지능력에도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여 주위 상황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샤오위 씨 입장에서는 오늘이 아내의 사망소식을 처음 접한 날인 것이다.
본인의 침대에 앉아서 한참을 슬피 울며, 괴로움에 몸서리치는 어르신을 보며 나는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하고 방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샤오위 씨는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셨다. 표정은 한결 밝아져 있는 모습이었다. 이제 조금 마음 정리가 되신 건가? 싶은 생각을 하던 찰나 샤오위 어르신은 평소의 밝은 표정으로 나에게 와서 물으셨다
“엄마 어디 있니?”
“......”

단기기억 장애. 어르신은 아마도 몇 시간 전의 상황 자체를 잊어버리신 듯했다. 다시 모든 새로운 정보 및 기억을 잃어버리신 샤오위 씨가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 뒤로는 같은 상황이 되어 아내를 찾으실 때면, 엄마는 병원에 계신다고 대답했다. 돌아가셨다고 말하게 되면, 다시 슬픔 속에 빠지게 되실 것이 분명했다. 반복해서 같은 슬픔을 드릴 수는 없는 일이다.
요양원 어르신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지만, 글쎄 잘 모르겠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슬픈 상황 속으로 샤오위 씨를 다시 밀어 넣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슬프고 당황스러운 증상이 치매다.
인류는 과연 치매를 치료 혹은 완치할 수 있을까?
그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