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이 100살에 죽었어. 난 어떻게 될라나?

<우시는 거 맞아요?>

by 카이

내가 근무하고 있는 일본 요양원에는 항상 우시는 99세의 할머니가 계신다. 이 할머니의 성함은 아키코다. 특이상항은 이 할머니는 항상 우시지만, 눈물을 흘리시는 것은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목소리로만 우신다. 난 아키코 할머니의 곁에서 나는 항상 속으로 묻는다.


'우시는 거 맞아요?'





아키코 할머니 소개


아키코 할머니는 재일교포 2세이시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할머니의 부모님이 일본으로 오셨다고 한다. 본인은 일본에서 태어났으나, 집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했기에 여느 평범한 한국에 있는 할머니들처럼 한국어를 사용하신다. 물론 일본어도 여느 일본인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하신다.




영감이 100살에 죽었어. 흑흑.


어느 날 아침, 데이서비스(한국의 주간보호센터와 같은 곳)를 이용하시는 할머니를 모시러 댁으로 갔다.


할머니는 송영차량에 타시자마자 또 울기 시작하셨다.


"흑흑, 내가 99살인데, 흑흑, 예전에 영감은 100살에 죽었어."


"아~네~잘 알고 있습니다. 벌써 삼천번 들었어요~"


"내가 100살이 되면 어떻게 될라나 흑흑"


"할머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구요. 오늘 데이서비스에서 주무시는 날인데, 준비물 다 챙겨 오셨어요?"


"응. 흑흑"


"옷이랑, 속옷이랑, 약이랑 다 챙겨 오셨죠?"


"응. 흑흑"


"지팡이는요?"


"가지고 있어. 흑흑"


"그럼 출발 합니다잉~ 고고고~!"


"응. 흑흑"


아키코 할머니는 운전하고 있는 내 뒤에서 계속 흐느끼셨다. 나는 그러시거나 말거나 열심히 송영차량을 운전해서 데이서비스로 향했다.


아마도 곁에서 본인을 위로해 주기를 바라실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로해 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365일 우시는 할머니를 보며 직원들은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렸다. 그리고 데이서비스를 이용하는 다른 할머니들도 함께 있는 것을 피하신다. 끝없이 흐느끼며 울고 계시니 듣기 싫은 모양이다.


데이서비스에 도착하기 직전 교차로에서 신호등이 빨간색이 되었다. 우리가 탄 송영 자동차는 잠시 멈춘 뒤 잠시 신호를 기다렸다.


그때, 갑자기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뚝 끊기더니, 나를 향해 굉장히 멀쩡한 목소리로 한국어로 외치셨다.


"앗,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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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갑자기 화들짝 놀라는 목소리로 나에게 외치셨고, 나 역시 덩달아 깜짝 놀라 할머니를 보았다.


"앗, 깜짝이야! 갑자기 왜요? 뭔 일이에요?"


"집에 이빨을 두고 왔어"


"네? (아이고~아부지~)"


데이서비스를 코 앞에 두고 송영차량을 유턴하여, 나는 아키코 할머니댁으로 다시 향해 달려가야 했다.


아이고 할머니~




자식들 키워놔 봐야 소용없어. 흑흑.


1년 뒤, 아키코 할머니는 100살이 되셨다


어느 날 아침, 나는 데이서비스에 오실 할머니를 모시러 댁으로 갔다. 그리고 할머니는 따님의 배웅을 받아 송영차량에 할머니가 타셨고, 할머니는 여전히... 우신다.


그러나 작년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여전히 목소리로만 우시고 눈물은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 우시는 거 맞아요?


나는 여전히 마음속으로만 물어보았다.


할머니는 올해 들어서 할아버지 이야기는 하지 않으신다. 그동안 귀가 닳도록 들었던, ‘영감이~’라고 시작하는 이야기는 안 하신다. 신기하리만큼 영감님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다.


아마도 본인이 100살이 되셨으나, 아직 건강하신 것을 알고 걱정이 조금 덜어진 것일까? 그렇다 이 할머니는 올해 100세이신데, 놀라울 정도로 건강하시다. 우시는 것만 빼고는 모든 것이 좋다.


참고로 나는 일본 요양원에서 근무하면서 100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처음 100세 어르신을 뵈었을 때는 왠지 신기했다. 사람이 100년을 살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으나, 그 후로도 수많은 어르신들이 100세를 넘기시는 것을 보았다. 정말 이제 이 시대는 100세 시대가 맞는 것 같다.


송영차량에 타신 할머니를 바라보며 내가 말했다.


"할머니 틀니 가지고 오셨어요?"


"응. 흑흑"


"오케이~ 그럼 출발할까요?"


"응. 흑흑. 내가 올해 100살이야 흑흑"


"네~ 알아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제 출발합니다잉~ 고고고~!"


내 뒤통수에 대고 계속 우시는 할머니


"딸이 옛날에는 참 나한테 잘하고 효도를 했는데, 흑흑"


"근데요?"


"요즘은 날 귀찮아하는 것 같아 흑흑"


"에이, 내가 따님을 모르는 거 아니고, 그렇지 않아요~"


"자식새끼 키워놔 봐야 소용없어. 흑흑"


"에이, 그렇지 않아요~"


"난, 자식농사 실패했어. 흑흑"


가만히 듣다가 내가 말했다.


"할머니! 딸이 80이에요 80! 딸도 이제 힘들어욧! 딸도 그 정도 했음 할 만큼 했어욧!"


할머니는 갑자기 멀쩡한 얼굴로 먼 산만 바라보신다.


아마도 불리할 때만 안 들리는 척하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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