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잔인한 노년기여>
보통 치매 초기 증상이 시작되면, 가족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요양원에 입소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일반적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낀 가족들은 처음에는 단순한 노화로 생각하며 함께 생활을 하시다 더 이상 일반적인 보통생활은 지속할 수 없음을 깨닫고 요양원에 의뢰를 한다.
치매 초기 단계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알아챌 수 있는 정도의 단계이다. 또한 치매 초기는 정상적인 상태와 치매 상태가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며칠 전 요양원에 새로운 남자 어르신이 입소하셨다. 비교적 젊은 연령인 70대의 남자 어르신이셨다. 이 분의 첫인상은 굉장히 남자다운 외모와 밝은 인상이셨다. 또한 굉장히 좋은 체격을 가지고 계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야구를 매우 좋아하시며 젊은 시절부터 즐겨하셨다고 한다. 성품 또한 굉장히 남자답고 신사적인 분이셨다.
이 남자 어르신 같은 경우에는 곁에서 주의를 기울이며 행동을 살펴보아도 전혀 치매 증상이 보이지 않았다. 나를 비롯한 직원들과의 대화도 무난하게 진행되었으며, 주위의 사물 인지도 명확하게 하시고 기억력도 좋아 보이셨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아직 요양원에서 생활하실 정도는 아니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가족들의 사정이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며칠 뒤에 알게 된 사정은, 가족들로부터 이 분, 즉 아버지가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셔서, 일반적인 일상생활을 집에서 혼자서 하시기에 어려움을 보이신다고 하셨다. 이 분은 혼자 생활하고 계시는 분이셨다.
따로 살고 있는 딸이 직접 아버지를 돌볼 수 없는 형편이기에 요양원 입소를 의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치매증상이 나타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시는 양쪽의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았다.
요양원에 입소하신 후, 며칠 동안은 어색하고 긴장된 모습으로 본인의 방에서만 지내셨다.
어느 정도의 적응기간이 지나고 나자 혼자 거실에 나오셔서, 홀로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시거나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시는 듯한 모습을 보이셨다.
어느 조용한 오후 이 어르신은, 거실의 테이블에 앉아 어느 곳을 응시하시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허공을 조용히 바라보시고 계셨다.
가만히 앉아계시는 줄 알았지만, 주의를 기울여 지켜보니 , 일본어로 어떤 말을 반복적으로 중얼거리시고 계셨다.
“아따마가 오까시꾸 낫떼 시맛다”
(의미: 머릿속이 이상하게 되어버렸다)
허공을 바라보시며, 혼자서 위의 말을 조용히 그리고 계속 중얼거리시고 계셨다.
옆에서 듣고 있으니 너무 가슴 한편이 쓰렸다.
젊고 건강한 시절은 모두 지나고, 요양원 한 편의 의자에 앉아있는 당신의 인생이 얼마나 황망하고 서글펐을까.
생판 남이지만, 이런 말을 옆에서 듣고 있으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노인의 이 혼잣말을 듣고 누가 마음이 쓰라리지 않으랴.
며칠 전, 딸과 손주들이 면회를 왔다.
딸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과, 손주로 보이는 건장한 십 대 남자아이 두 명이 요양원에 방문했다.
요양원에 입소한 후, 첫 면회였다.
어르신은 줄곧 함박웃음을 지으며,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손주들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다.
얼마간의 즐거운 만남을 끝내고,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을 배웅하는 어르신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슬픈 표정이 스쳐 지나가는 듯 느껴졌다.
그저 내 기분 탓이었을까. 그때는 그저 내 기분 탓이었다고 생각했다. 오후 목욕시간에 이 어르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후 목욕시간.
그날 목욕담당은 나였으며, 이 어르신 또한 목욕을 하는 날이었다.
“어르신 잠깐만 목욕의자에 앉아계셔요. 어르신 방에 가서 면도기 좀 가져올게요 “
라고 말씀드린 후, 방으로 가서 면도기를 가지고 목욕실로 돌아왔다.
나는 목욕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려다 흠칫 놀라 동작을 멈추었다.
어르신이 샤워기를 세게 틀어 둔 채 슬피 울며 흐느끼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나는 목욕실로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욕실문 반대편에서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 잔인한 인생이여...
아... 잔인한 노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