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창 밖을 보셔요>
내가 일하는 일본 요양원에 입소하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취침시간은 보통 저녁 9시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실제 어르신들은 저녁 식사 후에는 개인실로 돌아가 본인들이 원하는 시간에 주무신다. 일반적으로 어르신들이 잠드는 시간은 빠르면 저녁 7시 늦으면 저녁 9시 정도가 된다.
어느 날 요양원의 야간근무 중에 있었던 일이다.
모두가 잠들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새벽 1시 즈음이 되었다.
갑자기 적막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드르륵.
요양원 내부에 있는 개인실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다.
어둠 속에서, 어머니 한 분이 비몽사몽의 모습으로 비틀 거리며 거실로 나오신다.
어머니는, 하루의 일과를 기록하는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 내게로 조용히 다가오셔서 말씀하셨다.
"나... 집에 가고 싶어..."
치매 발현은 고령의 나이에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국가 혹은 일본의 다른 지역의 경우까지 내가 전체를 파악할 순 없지만, 일반적으로 80세 이상의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분의 경우 다른 분들에 비해 매우 젊은 나이에 치매가 발현되었다. 60대 후반에 치매가 발현되었다. 외모도 매우 젊으셔서 할머니라고 호칭을 부르기에도 어색할 정도로 젊음과 건강을 간직하고 계시는 분이다. 그저 치매가 발현되어 자택에서 생활을 할 수 없어서 요양원에 들어오신 분이시다.
나는 이분께 성함을 부르거나, '오카상(어머니)'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할머니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어머니는 새벽 1시부터, 한 시간에 한 번씩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셨다.
어둠을 뚫고 거실로 나와 내게로 오신 어머니는 반복적으로 물으셨다.
“나... 집에 가고 싶어...”
“......”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적당한 대답이 생각나지 않는다.
얼마나 집에 가고 싶으실까.
어머님의 슬픈 마음이 나에게까지 옮겨온다.
한참을 고민하다 어머니께 겨우 한마디 건넸다.
“어머니, 창밖을 보셔요. 지금은 너무 어두워서 집에 가실 수 없어요”
내 말에 어머니는 다시 반문하신다.
“그럼, 내일은 집에 갈 수 있을까?”
“......”
나는 다시 대답할 수 없다.
어려운 시험문제도 아닌데
풀기 어려운 수학문제처럼, 어떤 답을 내놓아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다.
슬픈 마음에 내 마음도 저려온다.
언젠가는 고향에 계시는 나의 어머니도
이런 삶을 살게 되실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저려온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늙겠지.
나도 이 분과 비슷한 삶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의 나는 얼마나 슬프려나...
그때의 나는...
얼마나 집에 가고 싶으려나.
오해의 여지가 있을까 싶어 추가로 제가 있는 요양원에 대해 추가 설명을 드립니다. 이 어머님의 외박 혹은 외출 등을 요양원에서 통제하고 있는 듯한 상황이 아닙니다.
치매 초기 상태의 이 분은 매일 밤 집 밖에 나가셔서 거리를 배회하셨습니다. 그 상황이 수없이 반복되어 요양원에 입소하시게 된 상황입니다. 물론 보자인 자녀들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언제든지 자녀분들이 모시고 나가시려 하면, 외박이든 외출이든 자유롭게 나가실 수 있습니다. 요양원 퇴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자녀분들이 자주 오시지는 못하시기에 이 분은 외박을 마냥 기다리시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언제 다시 자녀분들이 요양원에 방문하실지 저희도 알 수 없기에. 언제 다시 자녀분들이 외박을 신청하셔서 댁으로 모시고 가실지는 저희도 알 수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