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된 방 안에서 시험

by 이음

첫 번째 락다운이 시작된 지

두 달이 넘은 어느 날,

기말고사 일정이 확정되었다는

메일이 도착했다.


밖은 여전히 봉쇄 중이고,

기숙사에서는 매일같이

확진자 알림 메일이 날아오고,

도서관도 카페도 다 닫힌 그 와중에 시험이라니.

정말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솔직히 나도 한계였다.
하루 종일 작은 방 안에서

책상 앞에 웅크리고 있으니 숨이 막혔다.


그런데 나보다 더 멘탈이 약했던

영국 친구들은 휴학을 하거나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했고,

기숙사 방 안에서 삶을 마감했다는 소식까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하루에도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던 시기였다.

그 와중에 내가 살아있고,

시험을 준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말이 억지로만 들리진 않았다.


문제는 시험 방식이었다.

처음 보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메일이 날아왔다.

인터넷 창이나 다른 파일을 열 수 없게 차단하고,

시험 내내 카메라를 켜 둔 채 치르는 시스템이었다.

작은 노트북 하나로

문제도 보고 답안지도 작성해야 했는데

화면이 작다 보니 오타는 기본,

시야도 좁고 집중도 잘 되지 않았다.

불편했지만, 다른 대안은 없었다.


일부 과목은 난생처음 쳐보는

오픈북 시험이었다.

하지만 교수님들은 교묘하게도,

어디에도 정답이 없는 문제를 냈다.

필요한 건 다 찾아보며 시간 내에만 제출하세요.

말은 멋있었지만,

문제를 받은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시험 시간은 10시간.

충분해 보였지만, 결코 충분하지 않았다.

4~5개의 케이스에 대한 답안을

정해진 글자 수에 맞춰 쓰려면

시간 분배도, 체력도 전쟁이었다.

화장실도 미루고 배고파도 밥대신

키보드를 두드려야 했다.


Tort 시험었던가.

로펌들이 중요시하는 과목이래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보는데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

고시원처럼 답답한 방 안에서,

머리는 멈춘 것 같고, 심장은 쿵쾅대고,

손끝은 얼음장처럼 식었다.

갑자기 숨을 들이마시는데,

깊이 들어오지 않는 느낌.

이게… 말로만 듣던 공황장애인가?

처음 겪는 몸의 반응에 와락 겁이 났다.


순간 그런 나를 마주하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여기까지 와서 나는 뭘 하고 있는 거지.

남들이 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말을

그 순간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어쨌든,

그 모든 무기력과 불안을 안고

나는 마지막 시험까지 무사히 치러냈다.


세상이 멈췄던 그 봄,

나는 그 작은 방 안에서

조용히,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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