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까 버틸까

끝이 보이지 않던 여름

by 이음

시험이 끝나고 긴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돌아가고 싶었다.

사랑하는 가족, 오래된 친구들이 있는 곳.

모든 것이 익숙하고,

따뜻하고, 안전한 그곳으로.


코로나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

여름 인턴도 전부 취소되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방, 텅 빈 하루들.

많은 친구들이 이미 가족들에게 돌아갔는데

나는 몇 안 되는 아이들과 함께

기숙사에 남아 텅 빈 런던을 지키고 있었다.

환불이 안 되는 계약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무서웠던 건 10시간 넘는 비행이었다.


뉴스에선 계속 공항과 비행기 안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밀폐된 공간, 밀착된 사람들, 피할 수 없는 접촉.

혹시라도 거기서 코로나에 걸리기라도 하면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었다.

가족에게, 특히 몸이 약한 엄마에게

전가되는 위험이었다.

그 상상만으로도 손이 떨렸다.


하지만 사실,

가장 두려운 건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국으로 가버리면,

내가 다시 런던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마음.

혼자 맞서야 했던 이 긴 시간과 외로움.

그걸 알고도 다시 이 낯선 도시에

나를 밀어 넣을 수 있을까?

그 자신이 없었다.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남기로 했다.

혹시라도 여기 머물다 보면

작은 기회 하나쯤은 생기지 않을까

그 가느다란 희망 하나 붙잡고, 버텨보기로 했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나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하루 종일 고요한 기숙사 방에

혼자 앉아 있었다.


TV도 보고, 해리포터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었다.

넷플릭스로 볼 수 있는 건 다 본 거 같다.

유튜브로 한국 마트 브이로그까지 챙겨봤다.


그런데 이상하게,

무언가를 보면 볼수록

더 텅 비어 가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완전히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외로웠던 시기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이때라고 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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