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도
갈레트(Galette)는 얇게 편 반죽 위에 재료를 얹어 굽는 프랑스의 전통 요리로, 짭조름한 메밀 갈레트와 달콤한 과일 갈레트 두 가지 형태로 발전했다.
갈레트(Galette)는 프랑스 시골의 소박한 빵에서 태어난 음식이다. 둥글게 편 반죽을 그대로 구워내어 화려하지 않지만, 그 담백함 속에 프랑스의 농경 문화와 일상의 따뜻함이 녹아 있다. 브르타뉴 지방에서는 메밀가루로 만든 짭짤한 갈레트가, 프랑스 전역에서는 과일이나 아몬드를 넣은 디저트 갈레트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갈레트의 기원은 농부들이 거칠게 빻은 곡물을 반죽해 납작하게 구운 빵이었다. 특별한 틀 없이 팬 위에 직접 펼쳐 굽던 이 음식은, 돌처럼 투박하지만 삶을 지탱해 주는 빵이었다. 브르타뉴 지방에서는 밀보다 값싼 메밀을 주재료로 삼아, 배를 채우는 동시에 소박한 풍미를 지닌 갈레트를 만들었다.
갈레트는 단순한 시골 음식에서 그치지 않았다. 프랑스 전역에서는 1월 주현절(Epiphany)에 왕의 갈레트(Galette des Rois)를 나누는 풍습이 생겼다. 바삭한 페이스트리에 아몬드 크림을 채워 구운 이 디저트 안에는 작은 인형(파브 fève)을 숨겨 두고, 이를 찾은 사람이 그날의 ‘왕’이 되는 놀이가 이어졌다. 소박한 빵은 어느새 축제와 공동체를 잇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20세기 중반 이후 프랑스의 지역 요리 재발견 운동과 슬로푸드 운동을 거치며, 갈레트의 소박함은 오히려 진정한 프랑스의 맛으로 재평가된 음식이다.
1970~80년대 파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크레이프리(Crêperie) 문화는 갈레트가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된 현상이었다. 크레이프리(Crêperie)란 크레페와 갈레트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프랑스식 식당이자, 브르타뉴 지방에서 시작된 소박한 음식 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공간을 말한다.
브르타뉴 출신 요리사들이 도시로 진출하여 갈레트를 브런치와 카페 메뉴로 재해석함으로써, 갈레트는 일상적이면서도 세련된 도시 음식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후 갈레트는 유럽 전역은 물론, 미국·일본·한국 등지에서도 건강하고 감각적인 한 끼 식사로 자리 잡은 음식이 되었다.
갈레트는 꾸밈없이 단순하다. 그러나 그 단순함은 무궁한 변주의 바탕이 된다.
메밀 갈레트에 달걀·햄·치즈를 얹으면 한 끼 식사가 되고,
사과·배 같은 과일을 올리면 향긋한 디저트가 된다.
투박함이 오히려 어떤 재료와도 어울릴 수 있는 넉넉한 그릇이 되는 것이다.
브르타뉴 지방의 노천 카페에서는 철판 위에서 갓 구운 갈레트를 만날 수 있다. 길거리에서 즉석으로 햄과 치즈를 넣어 접어 주는 갈레트는 여행자에게 한 끼의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또 1월의 파리 빵집에는 황금빛의 왕의 갈레트가 진열되어, 축제의 계절을 알린다. 여행자는 소박함과 축제를 동시에 맛보는 경험을 한다.
메밀 갈레트는 거칠고 담백하다. 얇으면서도 쫄깃한 식감 위에 고소한 곡물 향이 배어 있다. 반면 디저트 갈레트는 바삭한 페이스트리와 달콤한 크림이 어우러져 부드럽게 무너진다. 투박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맛, 그것이 갈레트의 본질이다.
메밀가루 50g, 물 120ml, 달걀 1개, 소금 약간, 버터 조금(팬용), 햄 1장, 치즈 30g이다.
메밀가루·물·달걀·소금을 섞어 묽은 반죽을 만든 뒤 30분 정도 휴지시키는 것이 기본이다.
달군 팬에 버터를 얇게 두른 뒤 반죽을 얇게 펼쳐 굽는다.
가장자리가 익으면 뒤집고, 중앙에 달걀을 깨뜨린 뒤 햄과 치즈를 올린다.
치즈가 녹고 달걀 흰자가 익으면 네 귀를 접어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약 250~300 kcal이다. 글루텐이 거의 없고, 메밀의 식이섬유와 미네랄이 풍부하며 달걀과 치즈로 단백질이 보강된다.
반죽은 최소 30분 숙성해야 잘 펼쳐진다.
팬은 충분히 달궈 빠르게 얇게 굽는 것이 중요하다.
달걀 노른자는 반숙 상태로 두는 것이 가장 맛있다.
갈레트는 소박하다. 그러나 바로 그 단순함 덕분에 일상의 빵이자 축제의 디저트로, 누구와도 나눌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갈레트는 말한다.
“메밀의 향과 따뜻한 접시 위에, 도시의 일상이 잠시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