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기쁨이 함께 길을 걸으면

느린것이지나간다

by 나일주

슬픔과 기쁨이 함께 길을 걸으면


슬픔이 기쁨의 손을 잡고 걸었다

걸음마다 땅이 물들었다

갈색 슬픔은 푸른 기쁨으로,

기쁨은 황금빛 슬픔으로 스며들었다


슬픔이 기쁨의 어깨에

눈 내리는 밤처럼 고요히 기대어 물었다

“넌 어쩌면 별처럼 가벼울 수 있니?

내 가슴엔 늘 철야의 무게가 내려앉는데”


기쁨은 호박빛 햇살처럼

입가에 옅은 미소를 떨구며 대답했다

“나는 네 눈물의 강바닥에서

영원을 품은 진주처럼

건져 올려졌지


네 어둠의 밀도가

내 빛을 만든 법칙이야

우리는 서로를 비추는

한 쌍의 거울이 되어”


한낮의 뜨거운 모래밭을 지날 때

슬픔은 기쁨에게 그늘을 내어주고

기쁨은 슬픔의 등에

소금기 없는 이슬을 얹어주었다



/나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