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향기와 나의 기도

길 위의 바다 향기와 마당에서 나의 기도

by Blue paper

2025년 8월 11일, 월요일. 흐림.
서울에서 점심 무렵 내려와 잠시 낮잠을 청했다. 깨어나 처마 밑 의자에 앉아 나태주의 산문집을 펼쳤다. 페이지를 넘기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바깥 풍경이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웠다.


마침 나에겐 ‘최애’ 스쿠터, 혼다 비전이 있다. 헬멧도, 장비도 없이 오늘은 그저 동네 마실용 시동을 건다.

일전에 스쿠터를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해안도로를 달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돌아오는 길에 비포장길을 지나 동네 주변을 둘러보던 그날, 묘하게 마음이 갔었던 경험이 있다. 오늘은 그 길을 다시 가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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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조금만 벗어나자 저 너머 바다 향기가 눈에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널찍한 용적률의 건물들, 쓰임새를 가늠하기 어려운 건물과 주택, 그리고 의외로 눈길을 끈 어린이 실내 놀이터와 유치원 같은 시설들이 몇 채 모여 있었다. 집에서 쪽박섬까지 보다 훨씬 가까워 보이는 바다, 만조 덕분에 해안선은 한껏 풍족해 보였다.


돌아와 텃밭을 둘러보니, 이틀 동안 목마른 채 버틴 오이, 대파, 고추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바구니씩 물을 나눠 주고 저녁을 마쳤다.
지난주 금요일로 2주를 넘긴 ‘카라’ 이식은 다행히 고비를 넘긴 듯하다. 몇 줄기는 잃었지만, 꽃망울 두 개와 중앙의 튼튼한 잎줄기가 버텨 주고 있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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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마음속에서 은근히 비중이 커지고 있는 식물 하나. 지난 6월 1일, 꽃집에서 3,000원에 데려온 ‘가자니아’다. 이 아이는 낮이 되면 온 힘을 다해 꽃잎을 활짝 펼치고, 저녁이 되면 마치 ‘퇴근, 오늘 근무 끝’이라는 듯 가지런히 꽃잎을 오므린다. 그렇게 하루의 리듬을 반복하며, 몇 번의 꽃을 번갈아 피우고 시들기를 지금까지 이어왔다. 활짝 핀 순간의 가자니아는 햇빛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 눈부시지만, 저녁의 모습은 고요하고 단정하다. 그런 규칙적인 일상과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곧 이 꽃에 대한 작은 이야기를 따로 써 볼 생각이다.


문득 지난주 기억이 스쳤다. 아내와 외출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 아내가 예뻐하던 ‘치즈양이’가 길가에 다친 채 쓰러져 있었다. 나는 원래 애완동물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그 고양이만큼은 예뻐 보였고 정이 갔다. 다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집에는 비상약도 없고, 데려오더라도 돌볼 자신이 없어 결국 길 옆으로 옮겨 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 후로 며칠, 아직 녀석을 보지 못했다. 바비큐를 하거나 마당에서 식사할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와 조용히 바라보던 모습이 그리운데…. 부디 회복해 다시 나타나 주길 희망한다, 아니 오늘은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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