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 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시다.
처음 이 시를 접했던 때는 고등학생때였다. 아마 내신 시험범위로 나왔던것 같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의 그 울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이 마지막 구절에서 시인의 허망함이 강하게 느껴져서 내 마음이 다 아팠었다. 이유도 없이 허상만을 쫓던 삶이었다고 생각했을까?
바쁘고 정신없이 살다 이 시를 다시 마주하게 된 건 작년, 과외 학생의 교과서에서였다. 국어 과외를 봐주던 학생의 시험범위에 이 시가 포함됐던 것이다.
다시 읽어봐도 그때 그 감정은 여전했다. 그리고 과외학생한테 ‘이거 선생님이 진짜 좋아하는 시야’ 말했더니 자기 학교 국어 선생님도 똑같은 말 하셨다며, 국어 선생님들은 다 같은 시 좋아하는 거냐는 질문을 들었었다. 어쩌면 이 시를 읽고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건지도 모른다.
시를 처음 접했던, 어렸던 그때는 그저 어렴풋 시인의 감정을 공유했다면 시간이 흘러흘러 시를 다시 읽어볼수록 이건 정말 내 얘기, 내 감정처럼 느껴졌다.
내가 진짜 나를 들여다 보며 사랑해준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이대로 살다가는 30,40년 뒤에 똑같은 후회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 내 삶을 돌아보며 허망함을 느끼지 않으려면 지금의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당장은 얼렁뚱땅 어렵게 나아가고 있을지 몰라도 이 모든게 내 단단함의 초석이 되어줄 것을 믿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스스로에 대한 사랑도 그 위에서 자연히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