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을 두고도 사람들의 판단은 제각각이다.
나는 새벽 수영 강습을 받는다. 그런데 우리 강사는 인기 강사가 아니다.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샤워실에서 강사의 이름을 말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한결같다. 안타까운 표정, 실망스러운 한숨. 처음에는 그런 반응에 당황스러웠지만, 솔직히 나는 우리 강사가 마음에 든다.
수영 강사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운동을 도와주고, 수영 자세를 교정해 주며,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지도해 주지 않는가. 인기 강사에게 배우는 것도 좋겠지만, 강사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배울 수 있는 것도 다르다. 지금의 강사도 내가 몰랐던 습관을 짚어주고, 보다 효율적인 자세를 알려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사람들이 이 강사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론 설명이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영에 대한 이론을 다른 곳에서 배우기 어려운 만큼, 들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 수영과 상관없는 잡담을 자주 한다는 불만도 있지만, 강사도 회원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그리 신경 쓰일 일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가장 만족하는 점은 따로 있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강사이기 때문에 강습생이 적다는 것. 한 레인에 사람이 많으면 운동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내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수영을 할 수 있다. 사실 이 점이 제일 마음에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강사의 험담을 늘어놓으면 솔직히 난감하다. 분위기에 휩쓸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지만, 사실 나는 그 강사에게 고마운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앞으로 누구에 대해서도 함부로 나쁜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에게 별로인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 내가 무심코 동조한 말이 꼭 내 진심일 필요는 없겠지만, 누군가는 내 말로 인해 상처받을 수도 있다. 나처럼 분위기에 휩쓸려 어쩔 수 없이 맞장구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들으면서 생긴 선입견으로 사람을 대하고 싶지도 않다. 직접 경험해 보고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떻게 느끼는지 판단하고 싶다.
이런 점에서 남편을 본받고 싶다. 남편은 직장에서 다른 사람의 험담을 절대 하지 않는다. 심지어 험담을 즐기는 사람이 "같이 욕이라도 하자"는 식으로 말을 걸어와도, 남편은 단호하게 말한다고 한다. "나한테는 그 사람 이야기 안 했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하는 용기가 참 대단하다. 상대가 서운해 할 수도 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까지 단호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내가 먼저 험담을 꺼내지는 않기로 했다. 의식적으로 조심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대화가 험담으로 채워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가 그 시간에 더 즐겁고 따뜻한 이야기를 나눴다면 어땠을까?
조금 더 용기가 생기면, 험담을 들었을 때 더욱 현명하게 대처하고 싶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내게 수영 강사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음, 저는 그 강사님 스타일이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자세도 꼼꼼하게 봐주시고, 배울 점이 많더라고요."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더 이상 험담을 이어가기 어렵고, 자연스럽게 화제가 바뀌지 않을까. 만약 상대가 계속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그래도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하고 부드럽게 마무리해 보겠다. 이렇게 하면 굳이 상대방과 대립하지 않으면서도 내 생각을 지킬 수 있다.
물론, 모든 험담이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누군가와 불만을 공유하며 위안을 얻기도 하니까. 하지만 나는 굳이 남을 깎아내리는 말에 많은 시간을 쓰고 싶지는 않다.
험담을 줄였다고 해서 인간관계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내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고 나서 후회한 적이 많았다. "괜히 그런 말을 했나? 내가 한 이야기를 그 사람이 알면 어떡하지?" 이제는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마찬가지 아닐까?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없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모든 이의 호감을 얻기 위해 애쓸 필요가 있을까? 당연하지만 애쓴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말이다.
나는 그냥 나답게 살아가기로 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며, 내가 옳다고 믿는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고 험담한다면, 그건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굳이 그 시선을 신경 쓰며 흔들릴 필요도 없다. 나는 나대로, 내가 믿는 길을 걸어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