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사다리

서슬 시퍼런 직립의 하늘로 단단하게 묶인 세간이 올라가고 있다

by 정건우

고가사다리 / 정건우


내다보지 않아도 안다

구를수록 둔중하고 무람하고 자작자작한

도르래 소리

누군가가 이사 온 것이다


서슬 시퍼런 직립의 하늘로

단단하게 묶인 세간이 올라가고 있다


어언간 나도

이사 가는 사람 보다

오는 사람이 고마워지는 나이가 되었다


저 아슬아슬한 경사의 극점을

슬픔이 아니라 기쁨이,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

넘어서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널 찾으려 삼 년을 울며

마침내 한계령 고갯길을 넘었을 때

몸뻬 바지와 호미 자루와 너무도 자유로웠던 너는

푸성귀 같은 산골 아낙이 되어있었지


짐을 부리는 도르래 소리가

아파트 단지의 반나절을 흔들고 있다


죽을 만큼 억울했던 고개를 돌아 나오며

왔던 길을 사랑하기까지

또 얼마만큼 기나긴 시간이 흘러갔던가?


발코니에 사람아,

그 고개에서 부디 자유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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