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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루는 조용하게 지나간다. 나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느라 잠시나마 눈에 들어왔던 타인들은 금방 잊혀진다. 무슨 생각으로 버스를 기다렸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인생이 이렇게까지 꼬여버린 것에 대한 한탄을 했겠지.
어쩌면 이대로 조용해질지도 모른다. 원래 자기 일이 가장 힘든 거라고, 서울 여자들은 할만큼 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들의 말을 들은 회사는 결국 연못 마을을 없애는 일을 포기하고, 도로의 방향을 바꾸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하여간 도움이 안 된다. 미윤은 나라도 먼저 집을 팔겠다고 나서야 하는 건지 고민한다. 어차피 제대로 보지도 않을 티브이를 틀어놓고, 거기에 시선만 고정하고 있다. 머릿속엔 다른 생각이 꽉 차서 집중도 안 된다. 그냥 눈만 깜빡거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나 죽이고 있어야 하는지 고민한다. 곧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말하듯 쩌렁쩌렁한 비명이 들린다.
빠져나가 있던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밖을 내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주섬주섬 신발을 신으며 소리가 들린 방향을 떠올린다. 연못이 있는 쪽이다. 너무 높은 목소리라서 누가 내지른 비명인지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 생긴 건 분명하다. 짧지만 다급하고 절박하게 느껴졌기에 내심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생긴 것인지 기대까지 된다.
급하게 마을 회관 밖으로 나간다. 다른 사람들도 그 비명을 들었는지 하나 둘 얼굴을 내밀고 상황을 살피고 있다.
마치 내가 밖으로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비명이 다시 들린다. 한번 더 들으니까 알겠다. 이건 임순희 어르신이 내지르는 소리다. 아직 살아있는 것도 신기한 양반이 목청 터져라 소리 지르는 이유가 뭐가 있다고.
혹시 연못이 말랐나? 미윤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기대한다. 기적적으로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 연못 마을에서 연못이 마른다는 건 불길한 징조라며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더 나올 수도 있고.
“도대체 무슨 일이래?”
정연은 성격 급하게도 물어본다. 임순희 어르신의 비명을 듣고 나왔으니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는데, 저런 소린 왜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의 얼굴엔 걱정보다 호기심이 가득하다. 조용한 마을에 오늘 내일 하는 어르신이 비명 지를 일이라면 분명 평범한 일은 아닐 거다. 살면서 별꼴은 다 봤을 텐데, 돼지 멱따듯 꽥꽥거릴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발걸음은 분주하게 연못으로 향한다. 그런데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처음엔 착각이라고 생각했지만, 걸음을 빠르게 하면 할수록 냄새는 더욱 심해진다.
“어휴, 이게 무슨 냄새야?”
어느새 내 옆에서 걷고 있는 현은이 코를 막으며 짜증스럽게 말한다. 내 착각이 아니라는 듯 마을 사람들 모두가 코를 잡기 시작한다. 미윤은 그제야 자신의 코를 꾸욱 눌러 잡았다.
냄새는 점점 더 심해진다. 코를 쥔 손에 힘을 주지만 그보다 더 강한 악취는 콧속으로 파고든다. 잦은 술로 인해 비위가 약해진 석혁은 자리에 멈춰서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한다.
지독하게 썩는 냄새라고 표현하면 알아들을 수 있을까? 고인 물에 생긴 진한 녹조를 단숨에 들이마시는 듯한 냄새이기도 하고, 한여름철 햇볕 아래에 오래 노출된 음식물 쓰레기의 냄새이기도 하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어릴 적 내 부모의 시신을 발견하기 전 맡았던 냄새와 비슷하다. 아니 딱 그 냄새 같다. 연못에 가까이 갈수록 악취는 더욱 심해진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어렴풋하게 연못 근처가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바닥에 주저앉은 임순희 어르신의 뒷모습이다. 그 옆에 어정쩡하게 허리를 굽히고 서 있는 현정이다.
그 모습에 놀라기도 전에 옆에 서 있던 현은이 크게 소리를 지른다.
“저게 뭐야? 어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