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차 신규간호사의 경고등 -
처음엔 이 생각뿐이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다짐했던 3개월이 지나고,
어느새 입사한 지 반년이 훌쩍 넘어가면,
일도 병원 분위기도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하죠.
업무는 루틴화되고,
손도 빨라지고.
이제는 나 자신도 “제법 그럴듯한 간호사” 같다고 느껴지곤 해요.
입사 초기에는 부담스럽기만 했던 학생간호사들이
나를 따라다녀도,
액팅도 척척,
IV도 한 번에 성공.
거울 속 내가, 좀 멋져 보일지도?
그렇게 점점 자신감이 붙고,
스스로도 ‘꽤 괜찮은 간호사’ 같다는 생각이 들 즈음,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걸 놓치기 쉽습니다.
바로, 익숙함 속에서 무뎌지는 ‘경계심’이에요.
익숙함은 방심을 부르고,
그 방심은 때때로 예기치 못한 실수로 이어질 수 있어요.
이 시기엔 익숙함이 만들어낸 틈이 병원 안팎으로 티 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아는것도 없고 두렵기만 했던 간호사라는 이름.
하지만 이제는 제법 일에 익숙해졌고, 친구들이나 동기들과 환자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자연스러워졌어요.
그런데, 어디서 얘기하게 되나요?
병원 밖에서.
환자의 병명, 상태, 치료 과정… 처음엔 절대 입밖으로 꺼내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 말을 부르고,
‘내가 이 정도는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직업윤리를 무너뜨리게 돼요.
당당하고 멋진 간호사,
그 자리에 걸맞은 책임감도 잊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조심해야 할 또 하나 – SNS
자신감이 쌓이다 보면, 종종 개인 SNS에 ‘나의 멋진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져요.
그런데 그 자랑이 누군가에겐 직업윤리 위반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최근 실제로도 간호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이 사회적 논란으로 번진 사례가 있었어요.
→"환자 보내버렸당" SNS로 조롱한 간호사…병원 조사 나섰다 | 중앙일보[링크]
최근(25년 5월 기준), 대구 가톨릭 대학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NICU)의 간호사도
문제가 되어 크게 이슈가 된 일도 있었어요.
신생아 중환자 안고 "낙상마렵다" 간호사 SNS에 '공분'│한국경제[링크]
그 글에는 사망한 환자에 대한 표현이 있었고, 그로 인해 병원 측의 공식 조사까지 진행되었죠.
물론 우리는 매일 고통과 죽음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멘탈을 붙잡기 위해 때로는 농담처럼 표현하기도 해요.
‘하늘나라로 모셔다 드렸다’ 같은 표현은 그런 자조적 농담의 일환일 수 있죠.
하지만 SNS는 비의료인도 보는 공간이에요.
내 의도가 어땠든,
그 말이 환자의 가족에겐 너무나도 차갑고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언어는, 우리가 감당하는 현실만큼이나 무게를 가집니다.
지금 이 순간의 자신감이,
타인을 향한 배려와 책임감으로 이어지길.
우리의 전문성과 따뜻함이 함께 전달될 수 있도록,
SNS에서도, 병원 밖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해주세요.
관련글: https://blog.naver.com/s_onshift/223819391087 또는 https://brunch.co.kr/@s-on-hift/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