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돌아온 콜라

멕시코의 맛을 품은 미국의 타코 집

by Susie 방글이




딸이 사는 중서부의 한 도시, 그곳에는 멕시칸 길로 유명한거리가 있다. 그 길에서 타코를 포장하러 들어간 집은 멕시코인들이 운영하는 전통 타코 가게였다. 멕시코 현지인들도 인정할 정도라 기대가 절로 됐다.


가게 안은 히스패닉처럼 보이는 손님들로 북적였고, 고소한 옥수수 토르티야 냄새와 고기 굽는 소리가 공기 중에 섞여 있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이 소란스러운 활기와 향기만으로도 이곳이 제대로 된 타코 집임을 알 수 있었다.


메뉴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계산대 옆, 뚜껑 없는 큰 통들이었다. 한 통에는 멕시코 맥주들과 다양한 음료가 섞여 있었고, 다른 통은 얼음 속에 콜라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중 유난히 콜라로 가득한 통이 눈에 띄었다. 두껍고 투명한 유리병, 하얀 로고, 손에 쥐면 괜히 자세를 고쳐 잡게 되는 묵직한 느낌. 얼음 사이로 살짝 비치는 콜라를 보기만 해도, 시원한 기운이 손끝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타코만 사면 될 텐데, 이상하게도 시선이 자꾸 그쪽으로 갔다. 가격표를 보니, 타코 하나 값과 비슷했다. 캔도, 페트병도 아닌, 굳이 무겁고 잘 깨지는 유리병이라니. 효율과 편리함을 숭배하는 나라에서, 콜라 치고 이렇게 비싼 선택이라니. 타코 대신 콜라를 집어 드는 순간, 살짝 반칙을 저지르는 기분이었다.


한 통에는 멕시코 병 콜라가, 다른 통들에는 맥주와 다양한 음료가 얼음 속에서 기다린다. 그 자체로 작은 풍경이 된다.


여기는 미국이다. 콜라를 만들어 전 세계로 퍼뜨린 나라다. 그런데 이 타코 가게에서는 굳이 멕시코에서 수입해 온 콜라를 판다. 미국에서 시작된 음료가, 멕시코를 거쳐 다시 돌아오는, 약간은 고집스러운 여정 끝의 콜라다.


나는 결국 포장된 타코를 들고 계산하러 가면서 병 콜라 하나를 슬쩍 집었다. 집에는 이미 콜라가 있었는데도,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집에 와서 병마개를 따는 순간, '치~익' 하는 병마개 특유의 소리가 났다. 캔 콜라처럼 요란하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신뢰가 갔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묵직함과 탄산이 터지는 소리까지, 마치 오래된 친구가 안부 인사하는 느낌이었다. 한 모금 마시자 단맛이 오래 남지 않고 사라졌다.


미국 콜라에 익숙한 나에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맛이 달랐다. 특유의 향이 있다고 할까, 아마 설탕 종류가 달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콜라는 자기 할 일을 딱 하고 물러났고, 입안에는 타코만 남았다.


갓 구운 타코, 한 입에 담긴 멕시코의 풍미


멀리서 보면 미국인데, 가게 안에 들어서면 멕시코의 풍경이 살아 있는 것 같다


왜 멕시코 사람들은 병에 든 콜라를 고집할까.


첫째, 맛 때문이다. 멕시코의 병 콜라는 사탕수수 설탕으로 만든다. 반면 미국에서 흔히 마시는 콜라는 옥수수 시럽으로 만든다. 멕시코 사람들에게는 어릴 적부터 늘 함께했던 병 콜라, 거리의 소음과 태양빛, 타코 냄새까지 떠올리게 하는 익숙한 풍경이자 기억이 된다.


둘째, 병이다. 유리병은 냄새를 머금지 않고, 탄산을 오래 붙잡는다. 손에 쥐는 순간부터 이것은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대접받는 음료"가 된다. 쉽게 눌리지도, 쉽게 버려지지도 않는다. 콜라에도 품격이 있다는 걸 은근히 알려주는 방식이다.


셋째, 오래된 습관과 신뢰 때문이다. 오랫동안 병에 든 음료는 믿을 수 있는 선택이었다. 재사용되는 유리병은 검증된 시스템 속에서 깨끗이 씻기고 다시 채워졌다. 편리함 대신 반복을 택한 문화, 그런 거 아닐까.


그래서 병 콜라는 취향이라기보다 기억에 가깝다. 그 기억 덕분에 가격표가 높아도 충분히 마음속에서 용서된다.

주변에는 편하고 빠른 선택지가 넘치는데, 정작 가장 무겁고 번거로운 병 콜라가 가장 제대로 된 선택처럼 느껴진다.


미국에 사는 나 역시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는 세븐업이나 스프라이트대신, 비싸더라도 또 다른 비슷한 맛의 칠성 사이다를 사서 마신다. 편리함 대신 조금 번거로운 선택을 하는 경험이 의외로 즐겁다.


결국 이 타코 가게의 쿨러에는 오늘도 비싸고, 무겁고, 굳이 수입해 온 병 콜라들이 얼음 속에서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콜라를 넘어, 얼음 속에 오래 남아 있는 멕시코식 방식과 친근한 기억의 맛을 담고 있다. 한 병이 데려다주는 것은 단순한 청량감이 아니라, 어쩌면 고향의 한 조각인지도 모른다.


집으로 가져온 타코와 멕시코 병 콜라, 이제야 만나는 작은 멕시코 여행의 순간


한 모금의 콜라가, 잠시나마 멕시코 거리를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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