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이란 시간은 큰 거리감이 있다. 월드컵과 올림픽을 두 번이나 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대통령 선거도 한 번은 치를 수 있는 기간이다. 하지만 이런 긴 공백을 가진 시간대에도 의외로 공통점이 많은 두 나이인 거 같다. 고등학생의 첫 시작을 알리는 나이이면서, 성인이라는 타이틀이 얼마 안 남은 나이.
26살은 사회의 첫 시작을 알릴 수 있는 나이이면서,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가리키는 나이. 이 둘은 이런 의미를 갖고 있는 거 같다.
17살이나 26살이나 본질이 같은 대화도 많이 한다. 17살에는 “너 어떤 대학 가고 싶어? 가고 싶은 학과 있어?”현실적이면서도 꿈을 갖고 있는 대화. 17살의 나는 이렇게 답했다. “음 대학은 모르겠고, 난 사학과에 가고 싶어. 역사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거든.”라는 정말 뻔한 대답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네가? 너 성적에?”라는 약간의 비웃음들이었던 거 같다.
26살도 같은 질문을 받는다.
“어떤 회사에 가고 싶으세요? 직무는요? ”
“아 전 MBC에 가고 싶어요. PD가 하고 싶어요.”
“오 PD요?”
17살 때 들었던 질문과 본질은 같지만, 다른 답변으로 돌아왔다. 예의상 하는 말일까? 아니면 진심이 담긴 말일까?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생각했을 때 둘 다 같은 의미를 두고 있다 생각한다. 결국은 원하는 걸 이루고 싶어 하거나, 순수하게 궁금해서 묻는 경우이지 않는가? 말만 다를 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을 거 같다.
한편으론 다른 생각도 해본다. “내 꿈이 자기보다 작거나하면, 무시하려고 물어보는 걸까?”라는 생각. 가끔은 내가 부정적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고 살긴 하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 때문일까? 17살 이전부터 타인들이 내게 목표에 대해 물어본다면, 비웃음을 동반한 답변으로 돌아왔다.
내가 처음 랩을 했을 때도, 내가 처음 역사가 좋아서 역사 만화책을 수십 번을 다시 봤을 때에도. 별 다를 건 없었다. 오히려 “너 성적에?” 혹은 “네가 될 거 같아?”라는 말만 안 돌아온다면, 정말 다행인 실정. 이게 내가 10대 시절 겪은 것들이었다.
그러다 사람들이 보는 시선이 달라진 건지, 아니면 앞에서만 그러는 건지 어느새 내가 목표에 대해 말하면, 흥미롭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물론 아닌 경우도 많았다.) 내가 변한 걸까? 사람들이 변한 걸까?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지금 사람들의 반응에 바보처럼 “감사합니다.”라고 답하는 걸 보면, 내가 변한 거 같기도 하다.
내게 17살과 26살은 참 많은 의미를 뒀다. 10년이란 간격도, 20년이란 간격도 아닌, 9년이란 시간은 여자친구와의 기념일처럼 의미 부여한다.
모든 것의 처음 시작할 마음이 있는 나이, 그만큼 의심도 많이 가졌던 나이 등. 수식어 아무거나 갖다 붙여도 공통점이 참 많은 나이인 거 같다.
17살의 나는 역사를 전공하고 싶다는 막역한 꿈을 가졌고, 26살의 나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는, 콘텐츠를 제작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결국 17살, 역사 전공하는 꿈을 꾸던 고등학생은 20살이 돼서, 사학과에 진학했다. 그 꿈을 이룬 아이는 26살에 PD라는 꿈을 갖고 도전했지만 첫해에는 실패했다.
이런 거 보면, 나는 어떻게든 목표를 이루는 거 같다. 17살의 내가 막연하게 꿨던 꿈처럼, 26살의 나도 그 꿈을 이룰 날이 곧 올 거 같다는 점도 공통점이지 않을까?
아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도 존재했다. 나 같은 이방인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구나 하는 마음도. 처음 보자마자 설렜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