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앞에서 함께 하는 방법

간섭도, 무책임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서

by 에밀

현재의 모습은 과거 내가 선택했던 것들의 종합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선택은 갈림길 앞에서 내딛는 발걸음이다. 방향을 정하는 건 내 몫이지만,

길 위의 돌부리나 날씨는 내가 정할 수 없다.



삶이 매 순간의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야기는 흔하다.

스스로가 선택을 함에 있어서 주변 환경, 타인의 영향력을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내가 선택한 일이기에, 그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나에게 있다.



문제는, 선택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너무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간단히 말해서, 어떤 상황에서든 내 선택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나는 분명히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선택을 했는데,

다른 사람의 영향으로 예상치 못한 나쁜 결과가 생겼고, 그 책임을 내가 지게 된다면 어떨까?

그럴 의도는 아니었고, 그럴 줄도 몰랐다고 하며 억울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번 책임의 소재를 따지며 보상을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

그 정도의 상황이 실제로 닥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선택한다.

그리고 내가 미리 계산하지 못했던 상황까지도 감수한다.



이 방식은 기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고, 서운함도 커진다.

그 감정들은 기운을 빠지게 하고, 관계를 삐걱이게 만든다.



나는 다른 사람의 선택에 최대한 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

나에 대한 기대가 생기기 때문이다.

기대가 있다면, 나는 그에 부응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기대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추천은 하되, 선택은 그 사람의 몫으로 남긴다.

의향을 묻는다면 내 바람은 이야기하지만, 굳이 원하는 대로 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내 아쉬움이 있더라도, 그것을 내비치지 않는다.



이런 태도를 두고 회피형 인간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감당하자는 태도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순간, 진짜 책임을 져야 할 때 회피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또 다시 과거를 핑계로 삼게 된다.

20대, 중간 관리자로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내 직속 상급자는 건강 문제로 자리를 자주 비웠고,

나는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내 기준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구체적인 지시는 없었고, 내가 선택한 방식이

그 사람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늘 책망을 들어야 했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으니 그렇게 했지’라고 속으로 되뇌면서도,

겉으로는 늘 “죄송합니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누군가의 기대에 응답하는 일이 부담스러워졌다.



시간이 흘러 내가 상급자의 자리에 서게 되었을 때조차,

그 사람의 태도는 이해되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이 감당하지 못한 자리를 대신 메워준 이에게 고마워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책망하는 일.

그것은 나에겐 혐오스러웠다.


나는 결심했다. 결단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내 손은 너무 작다.

내가 끌어안을 수 있는 영역도 작다.



그런데 사람들은 상대에 대해 부분적으로만 이해하면서도,

마치 다 아는 듯 단정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합의되지 않은 기대가 생기고,

그로 인해 스스로도, 서로도 아프게 된다.



그 사람은 당연히 내가 알아줄 것이라 여겼다.

나는 그런 기대가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런 식의 어긋남이 반복되면, 관계는 조용히 금이 간다.



나는 언제나 최악의 상황까지도 생각하고 감안하는 상태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



이런 내가 관계 속에서 서로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삶의 방식대로, 상대방에게도 같은 책임을 요구할 순 없다.


그래서 나는,

선택은 그들의 몫으로 남기되,

내가 줄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건넨다.

후회하지 않도록.


그것이면 내게 주어진 최소한의 도리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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