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둘째 아이에게 고민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도 인사를 제대로 안 하고, 목소리도 점점 작아지고 있거든요. 처음엔 그냥 부끄러워하는 건가 싶어서 별로 신경 안 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왜 인사 안 해?" 하고 물어봐도 딱히 뭐라고 대답을 안 해요. 그냥 어깨를 으쓱하거나 고개만 살짝 돌릴 뿐이죠. 아마 부끄러워서 그런 거겠거니 하고 몇 달을 그냥 넘어갔어요. 아침마다 어린이집 가는길에 인사 연습도 하고, "안녕하세요!" 하면서 어린이집 보내기도 했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면 또 원점으로 돌아가더라고요.
그러다가 최근에 제가 강의와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발성연습을 하게 됐어요. 복식호흡도 하고, 신문이랑 책을 읽으면서 거울을 보는 시간을 가졌죠. 그런데 거울 속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목소리도 많이 작아져 있었고, 얼굴엔 무표정이 가득했거든요.
문득 신입 입문 교육 때가 생각났어요. 그때 웃음거리라고 해서 웃는 연습을 하루에 30분 이상 했었는데, 너무 열심히 해서 얼굴에 마비가 온 적도 있었거든요. 그때의 훈련 기억들이 다시 되살아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시작했어요. 거울 보면서 웃는 연습도 하고, 목소리 크게 내는 연습도 하면서요.
이런 연습들을 하루하루 지속하다 보니 확실히 변화가 느껴졌어요. 제 목소리도 전보다 훨씬 커졌고,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더 밝게 인사하게 되더라고요. 스스로도 느낄 정도로 표정이나 말투가 달라졌죠.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은 제가 이렇게 변하니까 둘째 아이도 조금씩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목소리도 전보다 훨씬 커지고요. 처음엔 우연의 일치인가 싶었는데, 며칠 더 지켜보니 확실했어요.
부모의 모습을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한다는 말이 정말 맞았던 거죠. 제가 집에서 무표정하게, 작은 목소리로 지내니까 아이도 그런 모습을 보고 따라한 거였어요. 아이들이 씩씩하게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것도, 크게 대답하는 것도 결국 다 아빠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구나 싶어서 정말 놀라웠어요.
아이에게 "인사해라, 목소리 크게 내라" 하면서 잔소리만 했는데, 정작 중요한 건 저는 반대로 행동을 했다는 거죠. 솔선수범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아이들은 우리가 말로 하는 교육보다 우리의 행동을 보고 더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 보며 웃는 연습부터 시작해요. 아이 앞에서도 의식적으로 밝게 인사하고, 크고 명확한 목소리로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가 변하길 바란다면 먼저 내가 변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거든요.
부모는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이자 가장 중요한 롤모델이라는 말이 이런 뜻이었나 봐요. 앞으로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먼저 제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