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개방의 외피, 폐쇄의 실상

by LIFOJ

정부는 말한다.
“공공 데이터,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열람 가능하고, 다운로드 가능하고, 상업적 활용도 가능합니다.”

언뜻 보면
한국은 데이터 개방 선진국처럼 보인다.
‘데이터 댐’, ‘데이터 경제’, ‘마이데이터’,
온갖 기술적 용어와 선포가 넘쳐난다.

그런데 정작,
필요한 데이터는 찾기 어렵고,
찾아도 쓸 수 없고,
쓸 수 있어도 믿기 어렵다.

무엇이 문제일까?


개방은 선언됐지만,

접근은 설계되지 않았다.

공공 데이터 포털은 있다.
수많은 기관이 각자의 데이터를 올린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는 말한다.
“뭘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용어도, 범주도, 단위도 제각각이다.”

표면적으로는 공개되어 있지만
사용자 중심 설계는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카테고리는 파편화되어 있고,

데이터셋은 몇 년 전 버전이 멈춰 있고,

파일 형식은 엑셀과 PDF가 뒤섞여 있으며,

API는 복잡하거나 미작동 상태다.

열려 있지만, 사실상 닫힌 구조.


알고 싶어도,

불친절한 장벽에 가로막힌다

정책의 성과를 확인하고 싶다.
예산의 흐름을 추적하고 싶다.
기초지자체의 주민참여사업 실적을 비교하고 싶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데이터 정제’라는 벽이 등장한다.
데이터는 제공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코드와 생소한 분류 체계,
심지어 오타와 누락까지 섞여 있다.

전문가조차 손을 놓는다.
일반 국민은 아예 시도조차 못 한다.
결국 데이터는 존재하되,
아무도 질문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개방은 형식이 되고,

폐쇄는 관행이 된다

일부 기관은 ‘공공 데이터 개방률’ 지표를 맞추기 위해
‘쓸모없는 데이터’를 대량 등록한다.
업데이트되지 않는 통계,
중복된 자료,
요약본만 제공되는 보고서 PDF.

반면, 정말 중요한 데이터는
‘보안’, ‘기관 내부 판단’, ‘제공 대상 제한’ 등의 이유로
비공개 처리된다.

즉,
“공개해도 괜찮은 데이터만 공개한다”는 관성.
그리고
“공개하지 않아도 괜찮은 데이터는 계속 감춘다”는 습관.


데이터는 민주주의의 도구가 아니라,

또 하나의 전시물이 된다

공공 데이터는
권력의 정보 독점을 막고,
국민이 직접 정책을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데이터를 공개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누구도 쓸 수 없게 만든다.

데이터를 분석하려 해도,
검증할 수 있는 구조가 없다.

이런 구조에서
공공 데이터는 정보가 아니라
“우리는 투명합니다”라는 명분만 남긴다.


묻고 따질 수 없는 사회는,

결국 데이터조차 증거가 되지 못한다

시민은
‘공공 데이터가 있다’는 말로 안심한다.
하지만 실제론
문제 제기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

정보가 있다는 것과
정보를 쓸 수 있다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묵인과 체념을 선택하고 있다.


생각해볼 질문

“당신이 알고 싶은 데이터는, 실제로 접근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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