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이수증’에 집착하는가

자격이 본질을 가릴 때

by LIFOJ

한 사람이 있었다.
10년 넘게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했다.
위기 아동, 노숙인, 고독사 현장까지 직접 뛰었다.

그런데 그는 최근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누락됐다.
경험도, 실적도 다 갖췄지만
종이 한 장이 없다는 이유로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지는가?

그렇지 않다면,
아마도 우리는 너무 오래
‘자격이 곧 실력’이라는 구조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형식이 내용을 압도하는 사회

한국은 ‘자격의 사회’다.
어느 분야든

민간 인증,

국가 자격,

이수증,

검정 통과 기준이
들어가지 않는 영역이 거의 없다.

자격은 필요하다.
기준이 없으면 무질서해질 수 있다.
문제는,
그 기준이 곧 ‘내용의 전부’가 되어버리는 순간이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무엇을 땄느냐를 본다

실제 역량은 뒷전이고
자격 여부가 채용과 승진, 예산 배정, 사업 선정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부보다 이수증",
"현장보다 포트폴리오",
"실력보다 인증 마크"를 추구하게 된다.

그 결과,
자격증을 따기 위한 학원이 넘쳐나고
스펙을 만들기 위한 ‘교육 이수 산업’이 성장한다.

문제는
그 안에서 실제 전문성과 실천력은
측정되지도 않고, 요구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자격의 권력이 만들어낸 구조

이 구조는 단순히 관행의 문제가 아니다.
자격을 발급하는 기관, 인증을 관리하는 단체,
심사를 주관하는 정부 부처까지 얽혀 있는
하나의 ‘자격 생태계’다.

누군가에게는
자격 발급이 수익이고,
누군가에게는
그 자격을 받아야만 열리는 기회다.

그래서 새로운 기준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본질보다
“이건 또 뭘 따야 하냐”를 먼저 묻는다.


자격은 사람을 보호하지 못한다

많은 자격은
“이 분야의 전문가입니다”라는 신호다.
하지만 실제 문제는
그 자격이 책임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회계사 자격이 있다고 부실 회계를 막지 못했고,

의사 면허가 있다고 오진이 줄지 않았다.

교사 자격이 있다고 교육이 항상 신뢰를 받는 것도 아니다.

자격은
능력의 보증서가 아니라
면책의 방패처럼 작동하기도 한다.


자격을 넘어선 ‘진짜 실력’을 본 적이 있는가

진짜 실력은
현장에서 드러난다.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과 부딪히고,
책임을 지는 자리에서 판별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모든 과정을
한 줄 이력서와 한 장 자격증으로 요약하려 한다.

편하기 때문이다.
문서로 정리된 사람은 관리하기 쉽다.
그러나 그 편리함은
깊이와 진정성을 지운다.


생각해볼 질문

“당신이 신뢰한 자격은, 실제 능력을 증명해주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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