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언제까지 가능하세요?”
“이건 보고용이니까 좀 포장해주실 수 있죠?”
한국의 많은 조직은
일을 하기보다, 일을 ‘보여주기’ 위해 움직인다.
성과보다 산출물을,
내용보다 형식을,
결과보다 문장을 먼저 다듬는다.
일을 잘하는 것보다
보고를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버린 사회.
그 속에서
일의 본질은 점점 사라져간다.
‘존재 증명’이 되었다
보고서가 존재하는 이유는
정책과 사업, 프로젝트의 진행을
투명하게 공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의 보고는
상황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수단이 된다.
그래서
불편한 수치는 누락되거나 축소되고,
현장의 소리는 정제되고,
실패는 ‘진행 중’이라는 표현으로 포장된다.
보고서가 진실을 가리는 도구가 되어가는 것이다.
일은 ‘보고에 맞춰 설계’된다
보고에 들어갈 수치와 형식을 먼저 정해놓고
그에 맞게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성과가 아니라
성과처럼 보일 수 있는 항목들이 우선시된다.
연수는 ‘참석 인원’을 채우기 위한 이벤트가 되고,
사업은 ‘지원 건수’와 ‘예산 집행률’로 평가된다.
정책은 ‘문서상 완료’로 끝나고
실제 현장은 방치된다.
보고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보고서에 들어갈 말이 더 중요해진 사회.
회의는 보고를 위한 예행연습
공공기관과 대기업, 일부 스타트업까지
‘보고 문화’는 조직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업무의 마지막은 항상
‘보고용 PPT’이고,
회의의 절반은
‘보고 전에 어떤 톤으로 말할지’ 정하는 데 쓰인다.
어떤 조직에서는
실제 일보다 보고를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든다.
야근의 본질이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보고를 포장하느라’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모두가 안다.
보고가 과도하다는 것을.
진짜 일보다 문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하지만 아무도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고를 잘하면 조직에서 안전하기 때문이다.
실패하더라도 보고가 매끄러우면 넘어가고,
성과가 부족해도 프레젠테이션이 좋으면 인정받는다.
이 구조는
결국 ‘일하는 사람’이 지치고,
‘일하는 척하는 사람’이 살아남는 문화를 만든다.
실제 변화에서 생긴다
보고서를 줄이라고 하면
“그럼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책임지죠?”라는 말이 돌아온다.
그러나 책임은
문서를 쌓는다고 생기지 않는다.
진짜 일,
현장을 개선하려는 시도,
정직한 수치와 실패의 공유에서 비롯된다.
보고서만 남고,
현장은 없어진 행정은
결국 국민에게 신뢰를 잃게 된다.
“당신이 쓴 마지막 보고서는, 진실을 담고 있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