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 후 한동안, 나는 거의 망나니 같은 생활을 지속했다. 계획표를 지켜보자는 다짐은 자퇴 둘째 주에 무너지게 되었다. 새벽 3시에 자고 낮에 일어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공부는커녕 유튜브 영상을 보는 일이 하루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렇게 막장 인생을 살던 내 삶이 더 막장이 되어버린 데에는 내가 어떤 것에 완전히 빠졌기 때문이었는데, 그건 바로 뮤지컬이었다.
여느 때 같이 베개를 베고 누워 핸드폰을 보던 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어떤 뮤지컬 실황 중계 영상으로 인도했다. 우연히 보게 된 영상으로 난 그 뮤지컬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자퇴 후 2달간 그 뮤지컬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거나 티켓을 예매하고 관극 하는 데에 힘을 쏟았다. 그 비싸다는 뮤지컬을 온갖 할인혜택을 적용해 무려 10번을 넘게 봤다(같은 작품을). 그러다 어느 날, 쓰던 가계부에 나타난 -50만 원이라는 숫자를 보고 크게 현타가 왔다. 그제야 내가 부모님 등골 브레이커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걸 제대로 인지했다.
부모님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정말 뭘 어떻게 하든 알아서 하라는 분위기였고, 엄마는 오히려 집에만 있던 애가 밖에 자주 나가니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왜인지 기분이 오묘했다.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순간 느꼈다.
당연히 뮤지컬은 잘못이 없다. 짜놓은 계획표를 지키지 않고 게을러져서 다른 곳에 한 눈 팔아버린 내 잘못이다. 현타를 느낀 이후부터 나는 관극을 그만뒀고 이전에 만들어 두었던 ppt를 다시 봤다. 이때부터 예전에 만들었던 일별 계획표를 바꾸고 실천하기 시작했으며, 목표 목록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이것에 대해 다음에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