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을 향한 소녀의 발랄한 외침
영화 '이사'
입장에 따른 시선의 차이
영화 '이사'는 소녀 '렌'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렌'은 초등학교 6학년이면서 자신의 가정에 대한 신뢰가 있다. 하지만, 어느 날 아빠의 이사 아닌 이사로 그 신뢰는 깨진다. 그 후에 알게 되는 아빠와 엄마의 이혼을 통해 '렌'은 괴로워한다. 그러나 '렌'은 3명이서 함께하는 온전한 가정을 꿈꾸며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 그 과정과 소녀의 입장 및 시선을 통해 영화 '이사'는 동화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영화 '이사'는 '히코 다나카'가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이 원작 소설이 아동 문학이란 점은 인상적이다. 원작의 영향으로 인해 영화 '이사'는 전형적인 가족 영화 또는 소녀 '렌'의 성장 영화가 될 수도 있었지만, 후반부에 펼쳐지는 초현실적인 시퀀스에는 '소마이 신지' 감독의 차갑고 따뜻함이 공존하는 시선이 담겨있다. 또한, '소마이 신지' 감독의 롱테이크 연출이 영화 곳곳에 적용되어 그 장점이 십분 발휘된다. 긴박한 전개보다는 차분하고 잔잔한 분위기가 유지되어 관객들은 '렌'과 가족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특히, 영화 고유의 분위기에서 '렌'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아이의 시선과 감정을 공감하게 된다. 영화 '이사'를 통해 필자는 특별히 자녀의 입장과 시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필자에게 입장과 시선의 차이를 다시금 돌아보게 해준 영화, '이사'를 살펴본다.
1. 소녀, 그리고 시선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모습
영화 '이사'는 소녀 '렌'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 시선은 순수하며 어린아이의 것이지만, 때로는 솔직하다. 소녀 '렌'은 활발하며 밝은 성격, 그리고 활동적인 인물이다. 극 초반에 일어나는 아빠와 엄마의 이혼 소식은 소녀 '렌'에게 큰 상처를 준다. 여기서 우리는 제목에 관해 생각해 본다. '이혼'이 아닌 '이사'인 이유가 무엇인지. 필자는 영화의 제목 '이사'를 아빠와 엄마의 '이혼'을 부정하는 소녀의 시선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 영화는 어린아이의 시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또한, 부모의 갈등과 대립으로 발생하는 상처와 결핍으로 발생하는 소녀 '렌'의 변화를 그의 시선에 맞추어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소녀의 언행(言行)으로 부모의 인정할 수 없는 모습에 대한 저항과 반발을 그린다. 이는 선택권이 없는 아이의 입장을 대변하고, 어른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부모의 갈등에서 비롯되는 가족 간의 대립과 그 영향을 순수하게 아이의 시선으로 접근하고, 그 모든 것을 주관(主管) 하는 '소마이 신지' 감독의 주관(主觀) 이 영화 '이사', 그리고 소녀 '렌'에게 담겼다.
2. 표현
영화 '이사'의 모든 것은 소녀 '렌'으로부터 시작한다
소녀 '렌'으로부터 시작되는 영화 '이사'의 표현은 순수하며 아름답게 비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인물에게 적절한 영화적인 표현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렌'은 그 시절, 그 나이의 아이로 보인다. 가정사를 경험한다고 해서 성숙한 행동을 하거나 심연에 빠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 시절의 아이가 보일 법한 모습들을 영화적으로 보여준다. 달리기를 좋아한다. '렌'의 달리는 행위는 그 연령대의 아이에게서 보일 법한 모습임과 동시에 자신의 상황에 대한 반발로도 보인다. 엄마가 제안한 계약서를 찢고 거부하는 모습은 딸로서 보일 수 있는 행동이면서 아빠와 엄마에게 동시에 보이는 저항 행위로 느껴진다. 또한, 친구들에게 질타를 받으면서 그에 반응하는 행동은 내면에 잠재된 반항으로 보이기도, 자신에 상황에 대한 공격으로도 보인다. 뒤늦은 아빠의 회유에 아빠의 손길을 피하는 '렌'의 모습은 투정어린 아이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아이와 어른의 입장과 시선에 대한 차이로도 보인다. 이처럼 영화 '이사'는 온전히 '렌'의 시선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소마이 신지' 감독은 영화를 대중적으로 그리면서 그 안에 의미를 더하고자 한다. 그 의도가 눈으로는 순수하게, 마음으로는 아름답게 다가온다.
3. 이야기
이야기는 간결하나, 그를 통해 전해지는 여운은 깊다
영화 '이사'의 이야기는 간결하다. 부모의 이혼, 그를 통해 성장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정도로 풀어낼 수 있겠다. 하지만, 간결함을 어떻게 풀어내는지에 대해 '소마이 신지' 감독은 이렇게 대답한다. 간결하지만 곳곳에 내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이야기에 최적화된 연출 방법을 찾는다. 물론, 원작 소설이 아동 문학인 점과 이야기 자체에 힘이 있지만 그것을 영화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는 온전히 감독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이 아동 문학인 점을 고려해서 소녀의 시선으로 접근한 점, 그리고 영화 자체를 동화적으로, 때로는 낭만적으로 나누어 그리며 이야기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글로써 전해지는 감동과 영화를 통해 전달되는 여운은 다를 것이다. 필자는 원작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영화가 원작만큼이나 큰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결한 이야기에 진부함은 없었고 영화의 요소들을 통해 집중시키는 힘이 상당했다. 특히, 후반부에 펼쳐지는 시퀀스는 인상적이며 그 의미들이 하나씩 마음에 와닿고 이해될 때 발생하는 여운이 깊었다. 한 소녀의 시선,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소마이 신지' 감독의 표현과 간결하지만 힘을 지닌 이야기를 통해 전해지는 감동, 여운이 있는 영화 '이사'다.
* 평점 : 4.0 (강력 추천)
* 한 줄 평 : 한 소녀의 시선을 통해 전해지는 깊은 감동, 그리고 여운.
* 예고편 : https://tv.naver.com/v/790762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