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가진 특유의 웅장함은 영화 '글래디에이터'부터 시작된다. '에일리언',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등의 영화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적 개성과 색채, 그리고 특유의 세계관이 드러난다면, 영화 '글래디에이터'부터는 거장이라는 칭호가 붙기 시작할 만한 특징이 느껴진다. 그 특징은 거대하고 한편의 대서사시 같은 느낌을 화면에 담아낸다는 것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삼아 웅장함을 입은 영화들이 한편씩 쌓이게 되는데 그 시작은 바로 '글래디에이터'다. 여기서 한 명의 검투사를 '러셀 크로우'가 맡았다. 개인적으로 그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로마의 위대한 장군 '막시무스'를 통해 인생의 오르내림을 남성미 넘치는 액션과 섬세한 내면 연기를 통해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매력을 더한다. 지금은 훌륭한 배우지만 당시에는 신인이었던 '호아킨 피닉스'도 황제의 아들 '코모두스' 역을 맡아 영화의 장르적인 재미를 부가하며 긴장과 서스펜스까지 부여한다. 그리고 영화의 핵심인 서사와 함께 조화를 이룬 고전적인 액션까지 갖춘 작품이다. 이번 리뷰에서는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웅장함과 '러셀 크로우'의 연기, 그리고 고전적인 액션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로마의 역사를 기반으로 하여 한 인물의 여정을 다룬다. 사령관에서 노비, 노비에서 검투사에 이르는 그 과정을 가볍게 다루지 않고 영화적인 큰 틀을 갖춘 채 웅장함을 입혀 그려내고 있다. 영화의 초점은 '막시무스'라는 인물에 맞춰져 있지만, '리들리 스콧' 감독이 보여주는 로마의 전체적인 모습은 투박하지만 웅장하고, 고전적인 미가 넘친다. 또한 역사적 고증을 통한 장면들은 통해 관객들은 마치 역사를 체험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필자는 특히 초반부 전투 장면과 후반부 콜로세움 장면을 보고 감탄했다. 웅장함을 넘어 압도당하는 경험을 했다. 그 위압감은 당시 관객에게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의 크기와 부피가 커짐에 따라 잃을 수 있는 세밀함을 잊지 않고 유지하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은 그가 거장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웅장함을 잃지 않는 그의 연출은 이야기와 맞물린다. 서사에 집중하는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그 서사에 걸맞은 외형을 입힌다. 서사와 연출이 서로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거대한 서사를 비추는 웅장한 외형의 연출, 또는 웅장한 연출을 통해 서사가 돋보이는 효과랄까. 두 가지의 요소는 조화를 이뤄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이루는 큰 뼈대가 된다.
'러셀 크로우' 배우가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보여준 열연과 아우라는 놀랍다. 사령관에서 노비와 검투사에 이르기까지 변화하는 과정을 감정과 이성의 구분함으로 보여준다. 가족을 잃은 분노를 군인의 경험과 이성으로 억누르는 인물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의 섬세한 연기력이 관객의 감정을 건드린다. 또한 그가 표현하는 막시무스 캐릭터의 억눌렸던 분노가 표출될 때는 앞서 언급한 인내와 절제로 인해 감정의 폭발력이 배가된다. 그가 가진 연기의 내공을 거침없이 만지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막시무스'를 중심으로 펼쳐진 인물 간 관계에서도 '막시무스'의 행위와 반응을 통해 서도 '러셀 크로우'의 섬세한 표현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사령관에서 노비, 검투사에 이르면서 위치에 맞는 유연한 연기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령관이었던 초반의 모습을 적절하게 유지한다. 그 카리스마와 아우라는 그가 아니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계에서 흔치 않을 대체불가의 배역이다.
거장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연출이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전투 장면은 압도적이다. 그 스케일은 거대하고 웅장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그 시절 연출이라고 보기 힘든 빈틈이 없고, 지금 봐도 손색없는 블록버스터 영화다. 초반에 등장하는 전투 장면은 전쟁의 참혹함을 역동적으로 담았다. 거대하고 웅장하며, '그 시절의 전투란 이런 모습일 것이다'라고 말하는 '리들리 스콧'의 연출로 보인다. 반면에 중, 후반부에 등장하는 검투사의 전투 장면에는 검투사가 느끼는 긴장과 위압감을 보여주며 묘한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또한, 사투처럼 느껴지는 액션, 그리고 삶을 위한 사투와 가족에 대한 복수를 처절하게 액션에 담아낸다. 바로, '막시무스'라는 인물을 통해 말이다. 대조적인 두 시퀀스를 구분함으로써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장르적 재미와 매력은 증가한다. 그럼에도 웅장함은 일관되게 유지한다. 중, 후반부에 전개되는 검투사로써 펼치는 액션에도 고전적인 액션미와 함께 웅장함을 곁들인다. 그로 인해 '막시무스'를 비롯한 검투사들이 느낄 긴장과 공포가 관객에게도 전해짐과 동시에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전체적인 틀을 지킨다.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영화 내의 모든 요소들이 웅장함과 검투사에 집중하며 위대한 영화가 된다.
* 평점 : 4.5 (강력 추천)
* 한 줄 평 : 한 인물의 웅장한 대서사시를 웅장하고 위대하게 비추는 '리들리 스콧'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