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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완벽한 하루란?

영화 '퍼펙트 데이즈'

by 영화파파 은파파

'당신의 하루는 어떤 기쁨으로 채워져 있나요?'

필자는 최근 일본 영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부터 '원더풀 라이프' 등 다양한 일본 영화를 접하던 중 영화계에서 서로 추천하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만나게 된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한 인물의 일상을 담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충만한 하루를 살아간다. 루틴이 있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고, 그 과정에서 본인이 정해둔 루틴을 차례대로 실행한다. 공공시설 청소부의 직업을 가졌지만, 자부심을 갖고 작업의 효율성을 위해 장비를 직접 제작까지 하며 업무를 수행한다. 취미로 사진을 찍고, 자전거를 타며 그 외에도 술 한 잔과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친다. 이것이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요 내용이다. 그럼 영화적 재미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반복적인 일상을 영화적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작은 변화에서 겪은 내면의 요동을 담은 작품이다. 제목처럼 완벽한 하루를 향해 나아가는 '히라야마'의 일상을 통해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다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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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모를 무게감이 느껴지는 배우 '아쿠쇼 코지', 그의 연기력으로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시작된다

1956년 생의 배우 '아쿠쇼 코지', 필자는 일본 영화를 선호하지 않았기에 그에 대한 간략한 조사를 해본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고 난 후 느낀 점은 한국 배우 '최민식'을 닮았다는 점이었다. 드라마 '도쿠가와 이에야스', '미야모토 무사시' 등 시대극으로 시작하여 2021년 영화 '멋진 하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국내외 팬들에게 다가가며 호평을 받는다. 이어 2023년 '빔 벤더스' 감독의 복귀작인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 역을 맡아 열연한다. 탄탄한 연기력을 기본기로 가진 그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힘을 뺀 유연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인상 깊은 부분은 연기의 힘을 뺐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무게감은 유지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히라야마'라는 인물을 일상에 충실한 인물로 그린다. 노년의 인물들이 현실에서도 반복적인 일상을 중요시하는 듯한 모습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노년에 이를수록 정해진 루틴, 일정, 그리고 자신의 일상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고 느낀다. 그들은 정해진 일상이 흔들리면 당황하고 곤혹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실적인 인물상을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 옮겨와 자신의 유연한 연기력을 담아 '히라야마'라는 캐릭터를 완성한다. 과거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평온한 느낌의 '히라야마' 캐릭터는 시나리오 상의 캐릭터 설정과 '아쿠쇼 코지'의 연기력이 빛을 발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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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금, 다음은 다음.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삶에서 느낄 수 있는 완벽함

극 중의 대사다. '지금은 지금, 다음은 다음.' 이 대사를 듣고 필자는 많은 생각에 잠긴다 늘 다가올 날을 걱정하고 나아갈 날을 고민하는 현대인에게 전하고자 하는 '빔 벤더스' 감독의 메시지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주고받는 대사가 많지 않다. 영상의 미장센과 캐릭터의 행동과 반응, 그리고 '히라야마'의 일상을 통해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말한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히라야마'는 그에 충만한 삶을 살아간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루틴을 만들고 그것을 지킨다. 본업인 공공장소 청소와 올드팝(음악)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일과가 끝난 후에는 자전거도 타고, 가볍게 술도 한잔하며 공중목욕탕에도 가고, 소설책을 읽기도 한다. 이 사소하게 보이는 것들이 '히라야마'의 하루를 완벽하게 채워주는 요소가 된다. '히라야마'에게 다음은 없다. 그저 다가온 하루에 충실하며 느낄 수 있는 기쁨의 충만함을 경험한다. 그리고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는다. 인물의 상황이나 과거, 관계 등의 설명은 생략한 채 '히라야마'의 하루를 집중 조명한다. 다가올 다음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저 하루, 그리고 지금을 섬세하고 차분하며, 따뜻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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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하루, 일상에서 오는 완벽함

필자는 최근 일본 영화를 접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퍼펙트 데이즈'와 유사한 장르의 영화는 전체적으로 차분함을 지녔다는 것이다. 그 차분함이 관객들에게 전해져 함께 차분해지고 평온을 느끼게 되는 간접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그 효과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영화다. '히라야마'가 갖는 하루의 평온함이 필자에게도 전해졌다. 영화는 관람 후에 마음이 편해지는 영화와 불편해지는 영화로 크게 구분하곤 한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선자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반복되는 하루와 일상에서 오는 완벽함을 통해 차분하고 깊게는 고요하고 짙은 여운을 경험할 수 있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작은 변화는 '히라야마'가 겪는 작은 요동의 원인이 된다. 그럼에도 '히라야마'는 자신의 일상을 놓지 않는다. 잠시 갖는 작은 일탈로 흔들린 마음을 달래보지만,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여전한 오늘 같은 일상이다. 그 반복되는 하루에서 현대인이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을 '히라야마'를 통해 경험해 보는 영화, 바로 '퍼펙트 데이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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