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귀가 두 개고 입은 하나다.

by 초록

사람은 귀가 두 개고 입이 하나다.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고.


이과수 공항

새벽 5시 30분 국내선을 타러 꼭두새벽 공항으로 향했다. 조그마한 국내선이라 수속 밟을 것도 없기에 일찍 도착한 김에 맥도날드 하나 가뿐히 먹어주었다. 핫 블랙 커피로 싸악 마무리 후 비행기에 올랐다. 전날 약간 불편했던 감정을 털어내고자 괜시리 조금 더 밝은 척 노력해본다. 비행기를 타기도 전부터 J 스럽게 10:15 보트투어에 맞추어 트래킹 코스를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짜본다. 8시 국립공원 오픈인데 그 쯔음 도착할 것 같으니 악마의 목구멍 부터 호다닥 보기. 그 후 보트투어에 홀딱 젖고 그지 꼴이 된 다음엔 폭포 상부 코스와 하부 코스를 스근허게 보면 시간은 딱 맞을 듯. 카페 후기에서 왓츠앱으로 영어가 되는 택시 기사님을 예약해서 왕복 편히 다녀오는 사람들을 봤는데 그 기사님을 알아보고 연락하기도 귀찮다. 걍 우버 불러야지. 두 시간 정도 비행하고 이과수 공항에 도착했다. 호다닥 나가서 우버를 부르는데 어랏? 우버가 안 잡힌다. 공항버스는 시내로만 가는 것 같은데. 공항에서 이과수 폭포로 가는 택시 티켓을 따로 파는데 왠지 모르게 바가지 스멜이 강하게 나 우버와 다른 방안을 찾으려 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공항 택시 기사님과 접선. 왓츠앱으로 연락하면 왕복도 가능하다 하셔서 바로 쿨 거래 ㄱㄱ했다. 근데 재밌는 건 우리가 얘기한 분이 공항 택시 직원으로 기사님을 매칭해주시는 대빵 분인 줄 알았는데 기사 본인 이셨다. 우리의 요구사항을 듣고 기사님을 불러주시는 줄 알고 따라갔는데 갑분 본인 차에 타는 것. 그의 왓츠앱 번호를 저장하고 네시쯤 만나자 약속했다. 택시타니 20분 만에 도착. 정문에서 사진 몇 방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악마의 목구멍

대충 뭐 트레인 타고 올라가야 한대서 갔더니 티켓을 끊어야 된단다. 9시 30분 걸 타고 올라가면 11시에 내려오는 티켓. 직원에게 내 보트투어 시간이 10:15 랬더니 그럼 대충 살방살방 걸어서 상부 코스를 둘러보고 내려오란다. 트레인은 보트투어 끝나고 타라하셨다. 대충 걷다보니 허기져 미리 챙겨 간 샌드위치에 블랙 커피 한잔 샤삭 끝내고 보트투어 줄을 섰다. 잠깐 화장실 가는 길에 보트투어 직원에게 이 곳이 보트투어 집합장소가 맞는지, 10:15 투어 줄이 맞는지 물어보니 내 투어 한타임 앞 줄 이란다. 그리고 내 투어 바우처를 실물 티켓으로 바꿔야 된다고. 투어 데스크로 향했는데 웬걸. 줄이 길지는 않은데 업무처리가 늦어도 너무 늦다. 이거 뭐 티켓 바꾸러 갔다 10시가 넘을 지경. 아슬아슬 9:56 경 티켓으로 교환하고 화장실도 못 들리고 바로 투어장소로 향했다. 10:15 가 넘었지만 기다림의 연속. 드디어 트럭을 타고 투어 장소로 향하는데 벌써 신이 난다. 물에 홀딱 젖을 생각에 벌써 들뜸. 안에 입고 간 수영복만 입고 구명조끼 착용 후 보트를 탔다. 이렇게 협곡에서 막 달려대는 보트는 처음인데 놀이공원 마냥 너무 재밌는 것. 그리고 보트에서 본 폭포 경관이 너무 아름다웠다. 제일 큰 폭포 아래로 들어가는데 홀딱 젖고 약간 무섭기도 하면서 엄청 재밌었다. 그래 이 투어는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과수 국립공원은 이 보트투어를 하려고 온 거구나 싶었다. 투어가 끝나고 내려준 곳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레스토랑이 있었다. 홀딱 젖은 운동화에 썩은 내가 날 것 같아 쪼리 하나를 사서 갈아신고 뷔페를 즐겼다. 근데 아르헨티나 뷔페 클라스. 바베큐 존이 따로 있는데 소고기가 무더기로 덮여있다. 직원에게 익힘의 정도를 얘기하면 직원이 무더기 중 하나를 들고 오고 고기를 선택할 수 있다. 손님이 빠꾸하면 직원이 다른 덩이를 가져와 니즈에 맞는 고기를 대령하는 식. 가니쉬도 무더기로 쌓여있는데 아무래도 한국에선 채소 과일이 비싸다 보니 엄청 찔끔 나오는데 무더기로 쌓아 먹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이과수 국립공원 내 뷔페

배불리 먹고 이제 이과수 폭포의 메인인 악마의 목구멍을 보러 갔다. 1시간 가까이 걸었으려나 그 장관을 보고 있자니 그냥 입이 턱 벌어졌다. 폭포의 윗 물이 그리 깊지도 않았는데 저 강렬한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을 직접 보고 억소리가 나면서도 대자연의 힘이 정말 대단하고도 약간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영화 아바타 적 마인드가 떠올랐다. 자연에 깝치면 안 되겠다. 인간은 대자연 앞에 한없이 작은 존재이며 자연을 절대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저 강렬한 물줄기가 사람을 덮친다면 아르헨티나 사람들 절반 이상은 걍 다 쓸리는 게 아니고 즉사할 수준이었다. 카메라에도 감히 다 안 담기는 경관을 꾸역꾸역 담아내고 내려가다 보니 벌써 시간이 꽤 지나있었다. 미리 예약해둔 택시 기사에게 왓츠앱으로 4:30pm에 만나자 하고 조금 서둘러 내려갔다. 국립공원 안에서 데이터가 잘 안터지는 통에 기사와 연락이 잠깐 두절됐고 정문에 내려와 연락했더니 이제 오는 중이란다. 그렇게 기사님과 즐 드라이빙 하고 공항에 도착했는데 어이 없게도 모바일 체크인을 안하고 공항에서 하면 비용을 물어야 된단다. 근데 달러도 카드도 안 받는다는 것. 킹받. 아르헨티나 페소가 부족해 공항 와이파이로 꾸역꾸역 모바일 체크인 완료 후 수속을 밟았다. 어쩐지 여태 여행이 굉장히 물흐르듯 잘 흘러간다 했더니 체크인 수수료 부과는 상상도 못함. 숙소에 도착해서 근처에 미리 눈도장 찍어둔 이자카야에 들렀다. 약간 이 동네 유일무이한 MZ식 인스타 감성 이자카야 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안에는 손님들이 빼곡 차 있었다. 야장 러버 답게 바깥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이것 저것 시켜 사케 한잔 곁들이니 안주는 별 맛 없었으나 기분이 좋았다. 근데 서비스가 너무 느리고 맛도 별로라 옆에 다른 바로 이동했다. 근데 대박 타파스 집인데 각종 귀여운 타파스들이 회전 초밥 마냥 돌돌 돌아가고 있는 것. 회전 초밥 집 말고 저렇게 귀여운 안주들이 벨트 위를 돌아다니는 것은 처음 본다. 바 분위기도 좋고 칠한 감성이라 그 곳이 꽤나 마음에 들어 위스키 칵테일을 콸콸 마셔주었다. 그리고 이어진 Bryan 의 진로에 대한 고민.

Madri Tapas Bar


대만 파파가 호텔 Front Desk 일은 이제 그만하고 Manager 일을 하라 했다는 것. 이전부터 그는 그 일이 스트레스 받는다며 승진을 거부 해왔는데 이번엔 어쩐 일인지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면 아버지의 뜻을 따라야 될 것 같다는 것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아시안 꼰대 st라 대만 파파의 말에 절대 공감하지만 어찌됐건 개인의 인생에 내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기에 최대한 말을 아끼려 했다. 했는데..취기가 올라와 이런저런 얘기를 과감없이 나누었다..^^ 그리고 아무리 이해하려 해보아도 매일 호텔 On-call 대기를 하며 집에서 하루종일 컴퓨터 게임만 하는데 어째서 그 일을 지속하려는지 이해가 1도 되지 않았다. 10시간 근무든 몇 시간이든 빨리 승진하고 정시 출퇴근을 하는게 shift 근무 보다는 당연히 낫지 않을까. 그는 Manager가 되면 10시간 이나 근무 해야된다며 찡찡댔는데 그게 뭐? 싶었다. 직장인도 8시간이 법적 근무 시간이지만 바쁠 땐 1-2시간 정도의 야근은 애교로 다들 한다. 도대체 뭐가 문제 인건지. 이전 직장에서 영업직이 너무 스트레스 받아 지금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휴식을 끝낼 때가 된 것 같다며 찡찡대는 그에게 다시 한번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이 친구 정말 비전도 희망도 1도 없구나. 그는 승진하고 사회생활을 하려면 윗 사람에게 알랑방구를 껴야되는데 본인은 절대 그런건 못한단다. 아니 태생부터 그런거 하고싶어 하고 잘 하는 사람이 따로 있나. 걍 먹고 살라고 하는거지. 그래서 나도 내 커리어와 욕심에 상사들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고. 어차피 직장인의 능력치는 같은 직장 안에 있는 이상 비슷비슷 하기에 싸바싸바 밖에 답이 업다며 나도 모르게 옛날 아저씨 스러운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니 그도 승질이 났는지 ‘아 그래 한국인들은 다 그런거 하러 일 다니다 보다’ 라며 갑분 국가 디스. 초딩도 아니고 더 말을 해서 무엇하리. 이럴 땐 걍 깔끔하게 대화를 접는 게 상책이다. 그렇게 서로 투닥투닥 거리다 복귀해서 각자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한잔 때리고 나서 이번 여행 처음으로 숙면할 수 있었다. 어른이 될수록 남의 얘기에 귀는 열되 입은 닫아야 되건만. 지갑이나 열고. 점점 꼰대가 되는 이 느낌. 알지만 어찌 개선할 방안이 없다. 용한 선생이 있다면 강의라도 사서 듣고 싶은 정도. 그래도 늘 명심하자. 인간은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도 귀가 두 개. 입이 하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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