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비행 전 기자회견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아담 이후 어떤 사람도 경험한 적이 없는 그런 외로움을 겪을 사람으로 묘사될 거라는 것을. TV 해설자들은 나의 고독감을 떠들어대며 온갖 종류의 싸구려 철학을 끌어낼 터였다.
외로움과 버림받았단 느낌과는 별개로, 지금 달 표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나도 한몫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강하게 느껴졌다. 나도 알고 있다. 내가 만일 아폴로 11호 우주인 3명 중에 최고라고 생각한다면 거짓말쟁이거나 바보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나는 진실을 말할 수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임무에 대해서 온전히 만족을 하고 있고, 이 달 착륙 모험은 정확히 세 사람을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짜였기에, 나의 [달 궤도를 돌며 지원하는] 써드맨으로서의 책무가 [달 표면을 밟고 있는] 다른 두 사람의 임무만큼이나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내가 고립감을 느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겠다. 달 뒷부분으로 진입하자마자 지구와의 무선 통신이 끊겼을 때 분명히 그러했다. 나는 완벽히 혼자였고 이 우주 속 그 어떤 생명체와도 단절된 채 절대 고립되어 있었다. 숫자를 세어 본다면 지구 위 30억 명과 달 반대쪽 표면에 있는 2명, 그리고 오직 하나님만이 보고 계신 달 뒤편의 바로 이 한 사람뿐이었다.
이것은 결코 두려움이나 외로움 따위가 아니었다. 현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지, 기대, 만족, 확신, 그리고 감격에 찬 기쁨이었다. 그 느낌이 좋았다. 창밖으론 별들이 보였고, 그게 다였다. 달이 있어야 할 자리엔 암흑의 빈 공간뿐이었는데, 결국 달의 존재란 별빛의 부재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 Michael Collins의 ‘Carrying the Fire’ 중에서 (나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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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어느 기업의 광고 카피. "역사는 1등만을 기억합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습니다.”
당시 이미 국내 1-2위 기업이었고, 그 광고 카피의 피그말리온 효과 덕분인지, 이제는 market cap 기준 세계 랭킹 20위권에 자리한 글로벌 탑티어 회사가 되었기에 딱히 반박의 여지도 없지만, 그때에도 지금에도 이게 과연 맞는 말일까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군요.
그 광고에 등장한 인물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 2번째로 달을 밟은 사람의 이름은 아무도 기억 못 한다는 설명과 함께.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나서 Carrying the Fire라는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폴로 11호 우주인은 3명. 그중 달에 착륙한 사람은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과 버즈 올드린(Buzz Aldrin).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는 사령선에 남아 달 궤도를 돌며, 두 사람이 무사히 랑데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에 전념하느라 달을 밟아 보지도 못했다는 것을.
그러나 이후 시간의 세례는 3등의 머리 위에 내려졌고, 경력의 정점을 찍고 뒤이어 인생의 하향 곡선 위에 올라탔던 두 사람과는 달리, 책과 강연 등을 통해 새로운 경력을 꾸준히 이어 가며 후대의 사람들에게 여전히 영감과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그의 책을 보면 인류 최초의 달 착륙 프로젝트 우주인이 되기 위해 아등바등 애쓴 흔적이 없고, 훈련 중 부상과 수술로 인해 예정되었던 아폴로 8호 탑승자 명단에서 제외되어 눈물을 흘려야 하기도 했지만, 결국 운명 혹은 섭리에 의해 그가 반드시 있어야 할 곳으로 인도함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달 착륙 55주년이 며칠 전이더군요.
역사는 1등만 기억한다. 맞는 얘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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